[뉴스케이프 전수영 기자] 낚시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게 두 가지 있다. 바로 바람과 추위다. 바람은 어신을 확인하기도 힘들 뿐 아니라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바람이 심한 날에는 출조를 포기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장애물인 추위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요즘엔 핫팩이나 간이 난로가 좋아 밤샘 낚시도 가능하다.

그러나 날이 추워져 수온이 내려가면 물고기들이 먹이활동을 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주둥이 앞에 맛있는 미끼를 놔줘도 물지를 않는다. 추운 건 참을 수 있지만 입질이 없는 상황은 낚시인들에게 좌절만 안겨준다.

지난번 강화도 어류정항 이후 영종도 구읍뱃터와 소무의도에서 손맛을 본 이후 다른 출조지를 알아봤으나 온도가 내려가며 조황이 좋지 않았다. 결국 낚시를 포기하고 인천권 먹거리를 찾아 나섰다.

1944년 서울 종로에서 문을 열었다가 1946년 인천 중구 신포동으로 이전한 경인면옥. 얼핏 봐서는 노포의 느낌이 안 나지만 막상 들어가면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사진=전수영 기자)
1944년 서울 종로에서 문을 열었다가 1946년 인천 중구 신포동으로 이전한 경인면옥. 얼핏 봐서는 노포의 느낌이 안 나지만 막상 들어가면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사진=전수영 기자)

이번에는 인천에서 가장 오래된 평양냉면집인 '경인면옥'을 찾았다. 경인면옥은 인천에서 닭강정으로 유명한 신포시장 바로 옆에 있다. 1944년 종로에서 문을 연 후 1946년 인천으로 이전해 75년간 자리를 지키고 있는 터주대감이다.

오래된 곳이라 분위기도 예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비록 식탁과 의자가 세련된 것은 아니지만 연륜이 묻어 있다. 음식 밑에 까는 종이에는 이 집의 오래전 모습의 사진과 그 아래에는 차림표가 있다. 대표적인 음식은 불고기와 냉면 그리고 온반, 설렁탕, 만둣국 정도다.

자리에 앉으면 식탁 위에 까는 종이. 1940년대 신포동 거리 모습을 볼 수 있다.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지만 경인면옥의 역사를 알 수 있다. 아래 글씨를 읽어보면 이 집의 냉면 먹는 방법이 자세히 소개돼 있다. (사진=전수영 기자)
자리에 앉으면 식탁 위에 까는 종이. 1940년대 신포동 거리 모습을 볼 수 있다.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지만 경인면옥의 역사를 알 수 있다. 아래 글씨를 읽어보면 이 집의 냉면 먹는 방법이 자세히 소개돼 있다. (사진=전수영 기자)

가게 이름에 면옥(麵屋)이란 이름이 붙었으니 평양물냉면과 비빔냉면 그리고 떡만둣국, 찐만두, 녹두지짐이를 주문했다.

음식을 내기 전 따라주는 육수는 맛이 진하다. 면수를 주는 곳도 있는데 이 집은 고기 맛이 제대로 우러난 육수를 내놓는다. 여름철에는 모르지만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할 즈음 육수를 한 모금 마시면 그 따뜻함이 온몸에 퍼지는 느낌도 참 좋다.

식전 음식으로 주문한 녹두지짐이. 전(煎)처럼 기름에 부쳤다기보다 튀겼다는 느낌이 강하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 두 가지 식감을 모두 느낄 수 있다. 일반적으로 많이 팔리는 고기와 숙주나물이 들어간 것과는 달리 녹두가 주를 이룬다. (사진=전수영 기자)
식전 음식으로 주문한 녹두지짐이. 전(煎)처럼 기름에 부쳤다기보다 튀겼다는 느낌이 강하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 두 가지 식감을 모두 느낄 수 있다. 일반적으로 많이 팔리는 고기와 숙주나물이 들어간 것과는 달리 녹두가 주를 이룬다. (사진=전수영 기자)

본 음식이 나오기 전 녹두지짐이가 먼저 나왔다. 일반적으로 녹두지짐이란 말보도 녹두빈대떡이라고 많이 부르는데 빈대떡이란 단어 자체가 '녹두로 만든 전'이란 뜻이니 녹두빈대떡이 아니라 빈대떡이 맞는 표현이다. 지짐이는 흔히들 사투리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기름에 지진 음식을 모두 지짐이라고 하니 녹두지짐이가 좀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스테인리스 그릇에 살포시 얹어 나온 녹두지짐이의 크기는 크지 않다. 아니 조금은 작다고 하는 게 맞다. 서울 종로의 광장시장에서 파는 크기를 생각하면 안 된다. 그것의 3분의 2 아니면 절반이라고 생각하면 맞다. 이름이 지짐이이듯 부쳐냈다기보다는 기름에 튀겨낸 듯이 표면이 바삭해 보인다.

젓가락으로 작게 잘라 한입 먹으니 먼저 바삭한 식감이 느껴진다. 속은 그리 촉촉하진 않지만 풍미는 충분하다. 숙주와 돼지고기를 듬뿍 넣어 만든 다른 곳의 빈대떡과는 다르지만 꾸미지 않은 솔직한 맛이 좋다. 다만 양이 적어 1인당 한 장씩은 먹어야 할 듯하다.

게 눈 감추듯 녹두지짐이를 먹고 나니 본 음식인 냉면이 나왔다. 냉면은 모두 놋쇠그릇에 담겨 나온다. 대접받는 느낌을 제대로 받을 수 있다.

경인면옥의 물냉면. 흔히 생각하는 평양냉면의 맑은 육수는 아니다. 한 모금 마셔보면 간장 맛을 느낄 수 있는데 평양냉면의 풍미를 해치지 않는다. 고명도 넉넉하다. 특히 자르다 만 것처럼 작은 수육이 아니라 큼지막하고 긴 것이 매우 먹음직스럽다. (사진=전수영 기자)
경인면옥의 물냉면. 흔히 생각하는 평양냉면의 맑은 육수는 아니다. 한 모금 마셔보면 간장 맛을 느낄 수 있는데 냉면의 풍미를 해치지 않는다. 고명도 넉넉하다. 특히 자르다 만 것처럼 작은 수육이 아니라 큼지막하고 긴 것이 매우 먹음직스럽다. (사진=전수영 기자)

냉면은 서울에서 유명한 냉면집의 물냉면과는 달리 육수가 약간 검은 빛이었다. 수저로 떠먹으니 약간의 간이 돼 있었다. 평양냉면 마니아들은 말갛고 밍밍하고 심심한 육수가 입맛을 당긴다고 하는데 기자는 아직도 그 밍밍한 맛에 적응이 안 된다.

그런데 이곳 육수는 간이 돼 있어 그 자체로도 맛있다. 확실하진 않지만 이 집의 비법 간장이 들어간 게 아닌가 싶다. 짠맛은 심하지 않고 감칠맛을 느끼게 해준다. 식초와 겨자가 준비돼 있지만 아무것도 넣지 않고 크게 한입 먹는다. 메밀 함유량이 높은 듯 면이 뚝뚝 끊어진다.

경인면옥의 물냉면에는 고명으로 삶은 달걀 반쪽, 얇게 썬 수육 한 점, 초절임 무와 오이가 들어간다. 특히 고기는 얇지만 길어 여느 냉면집에서 느끼는 야박함을 찾아볼 수 없다. 초절임 무와 오이를 면과 함께 입에 넣고 씹다 보면 아삭한 감촉과 함께 각각의 맛을 느낄 수 있어 참 좋다.

경인면옥의 비빔냉면. 함흥식 비빔냉면과 달리 아주 맵지는 않다. 양념 맛도 다른데 흔이 먹는 쫄면이나 김치비빔국수의 양념과 비슷한 느낌이다. 먹는 중간에 시원하게 올려진 배 한 조각을 한 입 먹으면 입 안이 개운해져 비빔냉면을 끝까지 즐길 수 있다. (사진=전수영 기자)
경인면옥의 비빔냉면. 함흥식 비빔냉면과 달리 아주 맵지는 않다. 양념 맛도 다른데 흔히 먹는 쫄면이나 김치비빔국수의 양념과 비슷한 느낌이다. 먹는 중간에 시원하게 올려진 배 한 조각을 한 입 먹으면 입 안이 개운해져 비빔냉면을 끝까지 즐길 수 있다. (사진=전수영 기자)

물냉면과 함께 나온 비빔냉면은 함흥냉면의 빛깔과 그리 다르지 않다. 하지만 먹어보면 확연히 다른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약간 매운 감이 있지만 자극적이지 않다. 그리고 그동안 먹어봤던 양념과 달리 쫄면의 양념과도 비슷하고 여름에 송송 썰어 넣은 김치를 넣어 비벼 먹는 김치비빔국수의 그것과도 비슷하다. 아마 이것이 이 집의 고유 맛일 것이다.

비빔냉면에도 수육 한 점과 초절임 무 여기에 큼지막하게 썬 배가 한 쪽 올라가는데 얼얼한 입안을 달래주는 데 그만이다.

경인면옥의 떡만둣국. 국물은 사골국물이 아닌 고기를 삶아낸 국물이다. 이 때문에 깔끔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사진=전수영 기자)
경인면옥의 떡만둣국. 국물은 사골국물이 아닌 고기를 삶아낸 국물이다. 이 때문에 깔끔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사진=전수영 기자)

떡만둣국은 흔히 알고 있는 맛과 큰 차이는 없지만 사골국물이 아닌 갈비탕 국물과 같은 맑은 국물과 잘 삶아져 씹기에 딱 적당한 고기가 잘 어우러진다. 양이 적은 사람은 모르겠지만 조금 부족한 감이 들 수 있다. 그럴 때에는 찐만두를 추가로 주문해서 먹으면 딱 맞지 않을까 싶다.

이북음식을 대표하는 만두. 이 집의 만두는 양쪽 끝을 붙여 동그랗게 만들지 않고 끝을 그대로 둬 마치 반달과 비슷한 생김새다. 1인분에 6개인데 만두를 좋아하는 이라면 3~4인분은 시켜야 할 듯하다. 피가 적당히 두꺼워 피와 속의 조화로운 맛을 느낄 수 있다. (사진=전수영 기자)
이북음식을 대표하는 만두. 이 집의 만두는 양쪽 끝을 붙여 동그랗게 만들지 않고 끝을 그대로 둬 마치 반달과 비슷한 생김새다. 1인분에 6개인데 만두를 좋아하는 이라면 3~4인분은 시켜야 할 듯하다. 피가 적당히 두꺼워 피와 속의 조화로운 맛을 느낄 수 있다. (사진=전수영 기자)
만두 속은 그다지 화려하지 않다. 두부, 고기, 파, 애호박이 주를 이루는데 호박을 속으로 사용하는 곳은 조금 낯설다. 하지만 씹을 때 느껴지는 식감과 아주 은은하게 풍겨 나오는 향이 매우 좋다. 고기 잡내를 잡기 위해 사용한 후추 맛이 강한데 후추를 좋아하는 기자 입맛에는 딱 맞았다. 간장을 찍지 않고 먹어도 간이 맞을 정도다. (사진=전수영 기자)
만두 속은 그다지 화려하지 않다. 두부, 고기, 파, 애호박이 주를 이루는데 호박을 속으로 사용하는 곳은 조금 낯설다. 하지만 씹을 때 느껴지는 식감과 아주 은은하게 풍겨 나오는 향이 매우 좋다. 고기 잡내를 잡기 위해 사용한 후추 맛이 강한데 후추를 좋아하는 기자 입맛에는 딱 맞았다. 간장을 찍지 않고 먹어도 간이 맞을 정도다. (사진=전수영 기자)

정신없이 젓가락질을 하고 있는데 만두가 나왔다. 이북식이라 그런지 그리 작지 않다. 양쪽 끝을 붙여 동그랗게 만든 모양이 아닌 끝을 붙이지 않은 반달 모양의 만두였다.

만두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만두를 좋아하는 기자는 일단 만두의 고운 자태에 빠졌다. 크기가 적당해 한입에 다 넣을 수 있을 크기였고 피가 두툼해 안에 든 속에서 흘러나온 채수를 그대로 담고 있는 듯했다.

이곳 만두 속에는 두부, 돼지고기, 파, 애호박이 들어가 있고 칼칼한 맛을 내고 돼지고기의 잡내를 잡기 위해 후추가 꽤 많이 들어간다. 특히 호박이 들어간 것이 인상적이다. 호박은 향과 맛을 내기 쉽지 않은 재료지만 경인면옥 만두를 씹으면 은은히 애호박 향을 느낄 수 있다. 물론 맛은 보장한다.

경인면옥의 기본 상차림. 맨 오른쪽 간장은 녹두지짐이용이다. 온반을 시키면 몇 가지 반찬이 더 나온다. (사진=전수영 기자)
경인면옥의 기본 상차림. 맨 오른쪽 간장은 녹두지짐이용이다. 온반을 시키면 몇 가지 반찬이 더 나온다. (사진=전수영 기자)
사장님의 손맛이 그대로 담겨 있는 배추김치. 이북식 김치는 양념을 많이 하지 않는 것이 특징인데 그 전통을 그대로 이어오고 있는 것 같다. 실제로 먹어보면 속에 많은 양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진=전수영 기자)
사장님의 손맛이 그대로 담겨 있는 배추김치. 이북식 김치는 양념을 많이 하지 않는 것이 특징인데 그 전통을 그대로 이어오고 있는 것 같다. 실제로 먹어보면 속에 많은 양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진=전수영 기자)
새콤하게 잘 익은 깍두기. 국물이 시원하고 무의 사각거림이 조화를 이룬다. (사진=전수영 기자)
새콤하게 잘 익은 깍두기. 국물이 시원하고 무의 사각거림이 조화를 이룬다. (사진=전수영 기자)

만두와 함께 직접 담근 배추김치 한 조각을 올리거나 깍두기 한 개를 함께 먹는 것도 기가 막히다. 경인면옥의 배추김치와 깍두기는 간이 조금 세긴 하지만 이북 김치의 전형처럼 양념에 이것저것 많이 넣지 않아 시원한 맛이 참으로 좋다.

이렇게 푸짐한 식사를 마치고 처음에 나와 이미 다 식어버린 육수를 마지막으로 한 모금 마시면 그야말로 아주 푸짐한 한 상을 먹은 듯한 포만감과 만족감이 밀려온다.

인천에서 오래 산 분들의 추억 속에 자리 잡은 곳 중 하나가 떡볶이거리다. 떡볶이거리가 정식 명칭은 아니지만 떡볶이 가게가 많아 그렇게 불리기도 한다.

이곳에 있는 떡볶이 가게는 몇 시간 동안 판에서 끓이는 이른바 ‘학교 앞 떡볶이’가 아닌 즉석떡볶이다. 냄비에 떡과 어묵, 채소 그리고 취향에 맞춰 만두, 쫄면, 라면 사리를 넣어 직접 조리해 먹는 곳이다.

서울 신당동의 떡볶이거리처럼 떡볶이 가게가 일렬로 있는 곳은 아니지만 골목 골목을 다니면서 한 군데씩 찾아가는 재미도 있는 곳이다.

이번에 찾은 곳은 30년이 넘은 역사를 자랑하는 '늘봄분식'이다. 대표 음식은 당연히 즉석떡볶이다. 하지만 분식집답게 각종 밥 종류와 라면 등등도 판다. 대상은 당연히 학생들이겠지만 기자가 방문했을 때에는 학생들보다는 연인 또는 가족 단위로 더 많이 찾았다.

늘봄분식 건너편에는 또 다른 즉석떡볶이 가게가 있는데 이곳도 인천에서는 손에 꼽히는 곳이다. 그러나 간판에 적혀 있는 '늘봄'의 노란 글자 색깔이 예뻐 이번에는 이곳으로 정했다.

늘봄분식의 차림표. 떡볶이떡, 어묵, 라면, 쫄면, 당면에 계란과 만두 등이 들어간 즉석떡볶이 2인분이 9000원이다. 학생들은 1000원 할인해준다. 이곳 즉석떡볶이는 고추장 양념과 짜장 양념을 택할 수 있다. 떡볶이가 주 메뉴이긴 하지만 분식집답게 밥류와 면류도 팔고 있다. (사진=전수영 기자)
늘봄분식의 차림표. 떡볶이떡, 어묵, 라면, 쫄면, 당면에 계란과 만두 등이 들어간 즉석떡볶이 2인분이 9000원이다. 학생들은 1000원 할인해준다. 이곳 즉석떡볶이는 고추장 양념과 짜장 양념을 택할 수 있다. 떡볶이가 주 메뉴이긴 하지만 분식집답게 밥류와 면류도 팔고 있다. (사진=전수영 기자)

이곳에서 가장 많이 주문하는 메뉴는 모듬즉석떡볶이다. 떡과 어묵에 라면, 쫄면, 당면, 계란, 만두가 들어가는데 이렇게 해서 2인분에 9000원이다. 더 필요하면 나머지는 추가로 주문하면 된다. 게다가 학생들이라면 1000원 깎아주는 대인배다.

종류는 떡볶이계의 맞수 고추장 양념과 짜장이 모두 있으니 입맛에 골라 주문하면 된다.

남들이 많이 시키는 모듬즉석떡볶이 2인분과 우동을 한 그릇 주문했다. 주문과 동시에 주방이 분주해진다. 아마도 냄비에 각종 재료를 담는 듯했다.

모듬즉석떡볶이 2인분. 그야 말로 양이 어마어마하다. (사진=전수영 기자)
모듬즉석떡볶이 2인분. 그야 말로 양이 어마어마하다. (사진=전수영 기자)
늘봄분식은 남은 음식을 재활용하지 않는다고 대문짝만 하게 써붙여놨다. 최근 들어 음식 재활용으로 시끄럽기도 하지만 이곳은 그렇지 않다고 하니 안심이 됐다. (사진=전수영 기자)
늘봄분식은 남은 음식을 재활용하지 않는다고 대문짝만 하게 써붙여놨다. 최근 들어 음식 재활용으로 시끄럽기도 하지만 이곳은 그렇지 않다고 하니 안심이 됐다. (사진=전수영 기자)

5분 정도 지나니 입이 떡 벌어질 양의 떡볶이가 나왔다. 작지 않은 냄비임에도 재료들로 가득 찼다. 불을 켜고 모두가 떡볶이가 끓기를 기다렸다. 이때가 가장 고통스럽다. 그리고 시간은 왜 그리 더디 가는지.

이윽고 떡볶이 국물이 끓으며 면들이 익어가기 시작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속도다. 꼬들꼬들한 면을 좋아한다면 바로 지금부터 먹어야 한다. 말없이 젓가락만 오간다. 라면, 쫄면, 당면이 맛이 기가 막히다. 적당히 매운 국물이 면발에 달라붙어 조화를 이룬다. 인심 좋게 풍성히 넣어준 어묵도 쑥쑥 들어간다.

보글보글 끓고 있는 모듬즉석떡볶이. 이 모습에 침을 삼키지 않는다면 그건 반칙이다. 떡볶이 마니아들은 잘 알지만 즉석떡볶이는 떡부터 먹으면 안 된다. 학교 앞 떡볶이와 달리 양념이 떡에 빨리 스며들지 않기 때문에 중간쯤 지나서 먹는 게 떡볶이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다. (사진=전수영 기자)
보글보글 끓고 있는 모듬즉석떡볶이. 이 모습에 침을 삼키지 않는다면 그건 반칙이다. 떡볶이 마니아들은 잘 알지만 즉석떡볶이는 떡부터 먹으면 안 된다. 학교 앞 떡볶이와 달리 양념이 떡에 빨리 스며들지 않기 때문에 중간쯤 지나서 먹는 게 떡볶이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다. (사진=전수영 기자)

불을 줄이며 떡을 맛보기 시작한다. 즉석떡볶이를 먹을 때 핵심 포인트는 바로 떡을 나중에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 앞 떡볶이는 물과 고추장을 계속해서 넣으며 하루 내내 끓이기 때문에 떡에 양념이 배어있다. 하지만 즉석떡볶이는 끓이는 시간이 짧아 초반부터 달려들면 양념과 떡이 따로 논다. 그러니 먹고 싶더라도 꾹 참고 중반전을 넘어갈 때부터 먹는 것이 좋다.

한참을 먹고 있는데 예상했던 모습의 우동이 나왔다. 특징이라고 해봐야 유부가 많이 들어있고 작은 새우가 열 마리가량 올라가 있는 것이 전부였다.

떡볶이 양념으로 텁텁해진 입안을 개운하게 하려고 숟가락으로 국물을 한 술 떠먹었는데 눈이 번쩍 뜨였다. 국물맛이 분식집의 국물이 아니었다. 우동을 꽤 많이 먹어봤는데 그동안 먹었던 가게의 국물맛을 훨씬 뛰어넘는 맛이었다.

유부가 다른 곳보다 많고 작은 깐 새우가 들어간 것 외에 별다를 것 없이 보이는 우동. 하지만 이 우동의 국물 맛은 그동안 기자가 먹어본 국물보다 훨씬 맛있었다. 입만은 매우 주관적이지만 어쟀든 이 집 우동 국물은 최고였다. 금 캐러 왔다가 다이아몬드를 발견한 느낌이었다. (사진=전수영 기자)
유부가 다른 곳보다 많고 작은 깐 새우가 들어간 것 외에 별다를 것 없이 보이는 우동. 하지만 이 우동의 국물 맛은 그동안 기자가 먹어본 국물보다 훨씬 맛있었다. 입만은 매우 주관적이지만 어쟀든 이 집 우동 국물은 최고였다. 금 캐러 왔다가 다이아몬드를 발견한 느낌이었다. (사진=전수영 기자)

직접 국물을 우려내는 것인지 아니면 시중에 판매되는 조미료와 양념을 잘 섞는지 알 수 없지만 동네 분식집의 맛이 아니었다. 그동안 먹었던 우동 국물 중 압도적으로 최고였다. 금 캐러 왔다가 다이아몬드를 발견한 것처럼 떡볶이 먹으러 왔다가 일생 최고의 우동을 발견한 것이다.

칼칼한 떡볶이와 우동은 그야말로 찰떡궁합이었다. 특히 푸짐하게 들어간 유부를 건져내 떡볶이 국물에 찍어 먹는 맛은 별미다.

우리가 무심코 스쳐 지나치는 곳 중에서 오랜 시간 맛을 유지하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곳들이 많다. 가격이 비싸지 않은 곳도 많다. 이번 주말 이런 곳을 찾아 식도락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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