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연구원, 사고책임 법제화 위해 양업계 교류 필요
"‘자동차’‧‘보험’ 연결된 손해보험협회 중심 역할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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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화 뉴스케이프 교통·ITS전문위원] 올해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CES 2023’에서 가장 주목받은 분야는 자율주행자동차 중심의 모빌리티산업이었다.

현대자동차도 레벨3 기술인 ‘하이웨이 드라이빙 파일럿(HDP)’을 제네시스 G90에 장착해 상반기 출시할 예정이라고 홍보했다.

HDP는 운전자가 핸들에서 손을 떼고도 시속 80㎞ 범위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한 기술이다. 당시 CES 현장에선 현대차그룹이 G90을 시작으로 현대차와 기아의 신차에도 HDP 탑재를 확대할 계획이며 제한된 구간에서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이 오는 2025년을 기점으로 양산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 3월 출시된 2023 제네시스 G90에는 레벨3 자율주행기술인 HDP가 적용되지 않았다. 자율주행 레벨3의 작동속도를 기존 60km/h에서 80km/h로 높이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렇다면 기술적인 한계만 극복되면 레벨3를 넘어 레벨4 이상의 자율차는 곧바로 상용화가 가능한 것일까. 전문가들은 기술적 문제만큼 중요한 것이 ▲자율차 사고 시 피해자 구제를 위한 책임 ▲인공지능 제작사의 책임 ▲통신서비스 제공자의 책임 등에 대한 법제도 마련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자동차보험 제도 변경과 함께 자율주행자동차 기술과 자동차산업 관점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쟁점들에 대한 조사와 연구가 선행돼야 상위레벨의 자율주행 자동차 상용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보험연구원은 ‘자율주행자동차 사고 책임법제 및 보험제도(황현아, 손민숙 연구원)’ 보고서를 통해 “자율주행차 전문가들과 자동차보험 전문가들이 상호 교류하며 활발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자율주행차 사고 책임법제의 논의 초기에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자동차 제작사나 자율주행시스템 제공자가 제조물책임법에 따라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자율주행차 사고는 그 원인이 대부분 자율주행시스템 결함일 것이므로 사고에 대한 책임도 시스템을 제공하고 관리하는 제작사가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자율주행차 사고에 대해서는 운행자책임을 적용해서는 안되고 제작사책임을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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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보험연구원은 제작사 책임론은 ‘운행’과 ‘운전’ 개념을 혼동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파악했다. ‘내가 운전도 하지 않았는데 왜 책임을 부담해야 하는가’라는 문제 제기인데 최근에는 ‘(자율주행차든 일반 자동차든) 내가 운전을 하지 않았더라도 내 자동차가 사고를 일으키면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라는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율주행차 사고에 대해서도 기존의 자동차보험을 통해 피해자를 구제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수렴되고 있으며 레벨3에 대해서는 이미 이러한 전제에서 제도 정비가 완료됐다는 것이다. 

다만 자율주행차에 대해 누가 보험에 가입해야 하는지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의무보험인 대인배상 및 대물배상보험의 경우 배상책임보험 특성상 배상책임을 부담하는 자가 보험에 가입해야 하기 때문에 보험가입 의무자는 민사책임 주체 문제와 연결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율주행차 보험제도의 핵심 이슈인 ▲보험가입 의무자 문제 ▲자율주행차의 사고율‧손해액에 대한 평가 및 적정 보험료 산출 문제 ▲시스템 오작동이나 정보유출 등 자율주행차 고유의 위험에 대한 특약 마련 문제 ▲해킹사고에 대한 정부보장사업 확대 적용 문제 등이 빠른게 공론화돼 면밀히 검토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자율주행산업‧보험 관계자, 각 분야 연구원, 자율차 제작사 등이 참여하는 전문가그룹이 구성돼 자율차시대를 준비하는 법제 마련 및 쟁점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시급하며 손해보험협회가 그 중심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자율주행차’와 ‘자동차보험’ 각각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한 융합적인 논의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자율주행기술이 L4, L5로 발전해 가더라도 사고 시 피해자 보호 방안과 보상제도, 사고 책임에 대한 법제 등이 병행돼 마련되지 않는한 자율차 상용화는 불가능하다. 지금부터라도 관련 업계의 전문가들이 모여 실질적 자율주행차 시대를 준비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전문가는 보험을 모르고 보험전문가는 자율차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며 “지금부터라도 각 산업이 상대 분야 전문가의 의견 반영을 통한 기술 융합과 법제도를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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