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아무리 퍼줘도 북한은 핵무기 절대 포기하지 않아

[뉴스케이프 공희준 기자] 공희준(이하 공) : 먼저 묵직한 문제부터 질문하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나라 보수진영은 강력한 한미동맹으로 북한을 을러대면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물론이고, 북한의 체제변화(Regime Change)까지 결국은 견인해낼 수 있다고 장담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비핵평화 3000 정책」도,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구상」도 그러한 목표를 이루는 데 실패했습니다. 왜냐면 북한의 핵무장 능력과 미사일 기술은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 기간에 특히나 두드러지게 발전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보수적 공화당 정권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북한과 두 차례의 정상회담을 개최하며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협상과 흥정을 벌여왔습니다. 변희재 대표님께서는 한국의 보수우파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문제와 관련해 국민들에게 별다른 효능감과 신뢰감을 주지 못한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그리고 북한을 계속 압박하고 제재하는 방법만으로도 보수의 예측과 신념대로 북한의 비핵화와 체제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뤄낼 수 있다고 여전히 생각하십니까?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도 북한에 속았다

변희재 대표는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같은 보수정권들도 북한의 진짜 의도를 간파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변희재(이하 변) : 북한은 대한민국을 상대로 경제적 이득을 취하겠다는 정도의 단순한 전략 아래 핵무기를 개발해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북한이 핵탄두를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미국을 겨냥하겠다는 의도를 처음부터 갖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대한민국 체제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자신들에 대한 위협으로 느껴왔습니다. 한국과 북한은 동일한 출발점에서 경제개발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현재 한국은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경제강국으로 도약했습니다. 반면에 북한은 지구촌 최악의 빈곤국가들 가운데 하나로 전락했습니다.

그러므로 남북관계가 조금이라도 확대되면 북한 주민들에게 남북한 사이의 심각한 경제적 격차에 관한 사실이 알려지기 마련입니다. 그러면 북한에서 어떤 사태가 일어나겠습니까? 남한은 부유하게 잘살고 있는데, 북한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에 걸친 3대 세습독재체제 탓으로 인해 힘들고 가난하게 살고 있다는 여론이 북한 주민들 사이에 급속히 확산되면서 북한 체제가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 정권의 변함없는 최종적 목표는 한반도 전체를 적화통일하는 데 있습니다. 북한이 노리는 적화통일의 최대 방해물은 한국에 주둔해온 미군의 존재입니다. 그러니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이 한반도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막는 방법이 절실하게 필요했습니다. 북한은 핵이 장착된 ICBM으로 워싱턴을 위시한 미국의 주요 대도시들을 타격할 능력만 확보하면 북한의 적화통일 노선을 방해하려는 미국의 기도를 분쇄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저는 이게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여기에 집착하는 근본적 동기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한반도 상황의 본질을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조차 제대로 포착하지 못했습니다. 두 사람은 북한이 핵을 단념하면 경제적 반대급부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저는 이건 애초부터 성립 불가능한 명제였다고 생각합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말도 안 되는 일이었음은 굳이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유도한 다음 대북경제지원을 제공해 북한을 정상국가로 변화시키겠다는 구상은 원천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목표였습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견지한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때까지는 미국이 아무 행동도 하지 않겠다는 정책이었습니다. 미국이 이렇게 북한을 방치해둔 까닭은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사정거리를 지닌 장거리 유도탄을 북한이 아직 개발하지 못했던 데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정권에 들어와 정세가 크게 달라졌습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기술을 드디어 손에 넣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전략적 인내와 같은 정책을 미국이 더는 느긋하게 유지할 여유가 없습니다. 미국으로서도 뭔가 신속하게 작업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 결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판에 뛰어들어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두 차례의 정상회담을 열게 된 것입니다. 싱가포르에서의 회담은 나름 모양새가 괜찮았지만, 하노이에서의 회동은 거의 파토가 나다시피 했습니다.

미국, 대북공격 준비 완료해

변희재 대표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의 협상 이면에서 북한을 공격할 준비를 진행해왔다고 주장했다. 

그가 개진하는 논리에 대한 찬반을 떠나 변희재 대표는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그동안 상당한 학습량을 쌓아둔 것으로 보였다. 무조건 북한의 김정은부터 욕하고 나설 것이라는 필자의 다소 안일했던 예상과 달리, 그는 지난 수십 년간에 걸쳐 펼쳐진 북핵 사태의 역사적 전개과정을 나름 일목요연하게 술술 정리해나갔다.

미국은 지난 2년간 북한과 외교적 대화를 진행하며 북한을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더욱더 중요한 부분은 미국의 최첨단 전략자산들이 한국에 다 들어왔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미국이 언제든지 북한을 때릴 수 있는 외교적‧군사적 준비를 전부 갖춰놨다는 뜻입니다.

공 : 미국이 북한을 대상으로 군사행동에 착수한다면 우리나라 정부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합니까? 협조해야 맞을까요? 아니면 반대하는 게 정상일까요?

변 : 북한이 미국 본토를 조준해 ICBM을 발사하거나 또는 발사하려는 상황이 닥치면 미국 정부는 대통령이 누구인가에 상관없이 무조건 즉각적인 군사행동에 나설 게 분명합니다. 북한이 미국이 설정한 레드라인을 넘으면 미국은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북한에 대한 공격에 나설 겁니다. 그 형태는 북한을 폭격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공 : 이른바 북폭이 시작되는 겁니까?

변 : 우리는 북폭 하면 흔히 ‘평양 불바다’를 조건반사적으로 연상하곤 합니다. 저는 실제 전개되는 상황은 그와는 차원이 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핵개발 시설과 미사일 기지 등의 군사적 목표물이 주요한 공격 대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이 북한의 군사시설을 공격하는 것을 우리나라 정부가 뭐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미국이 자기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끈다는데, 한국 당국과 사전에 상의하라고, 혹은 한국 측의 동의를 미리 얻으라고 미국 측에 요구하기는 힘듭니다.

공 : 북한이 바보가 아닌 바에야 미국에게 일방적으로 얌전히 맞고만 있겠습니까? 반격에 나설 게 뻔합니다. 북한이 취할 보복조치는 미국이나 일본을 대상으로 삼기보다는 남한을 상대로 진행될 확률이 현실적으로 매우 큽니다. 북한이 한국에게 앙갚음하는 일은 상대적으로 쉬울 테니까요.

변 : 미국이 선택할 북폭의 범위는 그 선택지가 다양합니다. 첫째로 핵무기 관련 시설과 미사일 기지만 특정해 무력화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둘째로 더 나아가 북한의 군사력 전체를 궤멸시키는 방법이 있습니다. 셋째로, 김정은을 아예 완전히 제거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세 번째 방식이 우리나라 국군에서도 오래전부터 기획하고 준비해온 소위 ‘참수작전’임은 물론이다.

미국의 공격 양상에 따라 북한의 응전수준 역시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예전의 이라크전을 복기해보면 미국은 1991년의 1차 이라크 전쟁 당시에는 이라크의 군사력만 무력화시키는 데 만족했습니다. 그런데 후세인 정권이 여전히 건재한 탓에 근본적 문제 해결에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2003년에 일어난 2차 이라크 전쟁을 통해 당시의 후세인 대통령을 발본적으로 없애는 데까지 나아갔습니다. 미국이 부분 타격에 머무느냐, 아니면 끝장을 보기로 결심하느냐에 상응해 북한 또한 그에 맞서는 대처 방안을 실행에 옮길 것으로 예견됩니다.

공 : 변 대표님이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라면 미국의 선제공격에 어떻게 맞서시겠습니까?

변 : 미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을 무력화시키는 선에서 그치다면 굳이 전면전의 위험성을 감수하면서까지 반격을 개시하지는 않겠죠.

공 : 북한 정권이 장기간 국가를 통치해온 지배의 권위와 정당성은 소위 ‘가오’에서 비롯돼왔습니다. 미국에게 선제공격을 당하고도 그냥 가만히 앉아 있으면 북한 인민들 눈에 김정은 정권이 영락없는 바보로 보이지 않겠습니까? 그 순간 체제의 명분과 존립기반이 곧바로 흔들리는 건데.

변 : 맞고만 있으면 정권의 체면이야 당연히 크게 깎이겠지요. 그렇지만 제가 북한 김정은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읽어보니 그가 과감한 승부사 기질과는 거리가 먼 인물임을 뚜렷이 파악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는 단지 졸부 3세일 뿐입니다. 섣불리 전면전에 나섰다가 완전히 망하느니, 차라리 몇 대 맞고 마는 쪽을 택할 겁니다.

공 : 변희재 대표님께서는 북한이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을 게 확실하기 때문에 미국의 대북 선제 군사공격이 매우 안전한 선택지라고 생각하시는 거네요?

변 : 저는 북한이 핵시설과 장거리 미사일 기지를 공격받을 경우 연평도 같은 국지적 장소를 골라서 제한적 포격 정도의 응전에 나서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북한이 6‧25 전쟁과 비슷한 형태의 전면전을 감행할 엄두는 내지 못할 것으로 봅니다.

공 : 변 대표님의 이야기를 곰곰이 들으니 진보로 불리는 분들의 대북관과 어떤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북한의 김정은을 합리적 선택을 하는 인물로 상정하고 있거든요. 합리적 인간은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의 무모하고 파멸적인 극단적 선택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 변 대표님이 묘사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딱 그런 유형의 성격에 해당합니다.

변 : 합리적인 게 아니라 별 게 아닌 겁니다.

공 : 동기가 순수한지 불순한지는 몰라도 결과적으로는 북한도 합리적 선택을 하는 국가로 보이거든요.

변 : 북한은 별것 아닙니다.

북한 장사정포, 서울 못 무너뜨려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는 외교는 현실임을 인정했다. 서가에 꽂힌 책들은 그가 옥중에서 선물받은 책들이다.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가 대수롭지 않게 치부한 나라인 북한의 침략으로부터 한국을 지켜야 한다며 남한의 보수들은 주한미군 철수는 물론이고 한국군으로서의 전시작전권 전환마저 극력 반대해왔다. 그 별것 아닌 북한을 의식해! 물 흐르듯 순탄하게 흘러온 변희재의 논리는 이 지점에서 중대한 장애물에 맞닥뜨린 셈이었다.

변 : 우리는 그동안 북한의 장사정포의 위력과 위험성을 지나치게 과장해왔습니다. 북한이 서울을 향해 일제히 장사정포를 발사해도 큰 피해는 없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순간 뜨악했다. 필자도 허장성세에는 출중하게 일가견이 있는 인간이지만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가 방금 보여준 것 같은 도저한 자신만만함은 그 어디에서도 웬만해서는 공개적으로 표출해본 기억이 없는 탓이었다.

공 : 북한 장사정포가 별것 아니라는 견해는 금시초문입니다. 구체적 근거가 있나요?

변 :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의 장사정포 포탄이 서울에 지어진 고층건물들의 콘크리트 벽체를 뚫지 못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서울에 지어진 건축물들이 포탄도 너끈히 막아낼 만큼 튼튼하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서울은 인류 역사 이래 가장 강력한 철옹성으로 여겨질 수가 있다. 그 철옹성 도시 서울의 여기저기에서는 기초적 안전기준조차 충족시키지 못하는 하자투성이 부실건축물들이 속출하고 있으니 이건 또 무슨 해괴한 노릇인가? 변희재 대표의 주장을 계속 들어보기로 하자.

물론 핵무기가 투하되면 버티지를 못하겠죠, 그러나 미국이 북폭을 시작했다는 건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들을 완전히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확실한 자신감을 얻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변희재 대표는 북한이 재래식 전력 이외의 화생방 수단을 이용한 대남보복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었다. 그러한 북한의 재래식 보복으로부터 서울의 콘크리트 빌딩들이 우리 국민들의 생명과 소중한 안전을 보호해주리는 게 그가 염두에 두고 있는 대북 군사 시나리오의 핵심 요지인 듯싶었다. 어찌 보면 자신감과 낙관론의 발로이고, 또 어찌 보면 순전한 판타지의 산물이었다. 순전한 판타지를 우리는 다른 말로 ‘희망사항’이라고 부른다.

북핵 위기는 미국과 북한 두 나라가 풀 문제

변 : 북한의 핵무기는 미국을 표적으로 개발됐습니다. 그러므로 북핵 위기는 북한과 미국이 해결해야만 할 문제입니다.

나는 한번 더 뜨악해졌다. 아니, 경탄했다. 북핵은 북한과 미국이 주도적 역할을 맡아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건 한국사회에서 보수가 아닌 진보의 일관된 담론체계였다. 보수는 진보의 관점과 논법이 북한의 ‘통미봉남’ 전술에 놀아나는 것이라며 한국이 미국과 북한에 버금가는 당사자 자격으로 북핵 협상에 참여해야만 한다고 줄곧 목소리를 높여온 터이다.

공 : 북핵은 북한과 미국이 얼굴을 맞대고 풀어야 한다는 견해는 우리나라에서는 진보파의 생각입니다. 북핵을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의 결과물로 이해하는 이유에서입니다.

변 : (강하게 부인하는 어조로) 그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확실한 사실은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한 목적이 미군의 한반도 개입을 차단하는 데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대한민국이 북한에 아무리 돈을 많이 퍼줘도 북한은 자기들의 목표를 이루기 전까지는 핵무기를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북한 핵문제는 본토의 안전을 위협당하는 미국이 행동에 나서야 비로소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할 수가 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실제로는 그리 많지가 않습니다.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는 조갑제 전 월간조선 사장이 자신에게 이념적으로 굉장히 커다란 영향을 주어왔다고 스스로 여러 차례 인정한 적이 있다. 조갑제 전 사장은 “평양 주석궁을 국군 탱크가 점령해야”만 한다는 식의 몹시 호전적 대북관을 피력해 악명을 떨쳤다. 변희재의 북한에 대한 전반적 인식은 보수우파와 진보좌파를 가르는 가느다란 경계선 위에서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를 하는 형세였다. 필자가 이 대목을 지적하자 그는 한마디로 명쾌하게 상황을 평정했다. 이 부분은 생생한 현장감을 살리고자 그의 발언을 원문 그대로 인용하는 바이다.

“형, 외교는 현실이야!” (②편에서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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