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동 KBS 사장과 최승호 MBC 사장은 프로그램 제작에 일일이 관여하지 않아

[뉴스케이프 공희준 기자] 공희준(이하 공) :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 시대에 공중파 방송은 신뢰도에서도, 시청률에도 추락을 거듭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로의 정권교체가 이뤄진 이후에도 공중파 방송의 추락은 변함없이 연속되고 있습니다. 단지 바뀐 것이라고는 추락을 책임져야만 할 방송사 관계자들의 이념과 면면이 달라졌을 뿐입니다.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 치하에서 길거리와 한직으로 내몰렸던 방송인들이 공중파 방송의 권력을 틀어쥔 이후에도 공중파의 몰락이 계속되는 것은 그들 역시 자신들이 예전에 욕했던 사람들과 본질적으로 아무 차이가 없는 까닭에서가 아닐까요? 왜냐면 저 같은 일반 국민들이 생각하기에는 이제 우리나라에서의 정권교체는 공중파 나오던 인간들이 유튜브로 가고, 유튜브 하던 인간들이 공중파에 출연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없어 보이기 때문입디다.

보수 방송인들, 정권 바뀌어도 건재해

김용민 PD는 문재인 정부가 이명박근혜 정부와 달리 방송 장악에 나서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진 박진선 기자)

김용민(이하 김) : 제가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사실이 있습니다. 정권교체와 상관없이 보수 경향의 출연자들은 공중파, 즉 지상파 방송에서 이제나 저제나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갑자기 방송에 나오지 못하게 되어 밥줄이 끊긴 경우는 제가 알기로는 거의 없습니다.

공 : 그렇지만 유튜브를 둘러보면 “나 방송에서 억울하게 잘렸다!”라고 목 놓아 통곡하면서 부르르 떠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김 : 과거 참여정부가 출범한 다음 방송에서 강제로 하차를 당했다고 푸념하는 보수 성향의 인물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타의에 의해 밀려난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시대에 걸쳐 제작 일선에서 부당하게 배제되어온 방송인들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 방송 현장으로 대거 복귀한 건 물론 사실입니다. 현장에 복귀하면 누구를 출연자로 섭외할지를 결정하는 캐스팅 결정 권한을 자연스럽게 확보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양승동 한국방송 사장도, 최승호 문화방송 사장도 콕 집어 어떤 사람을 기용하고, 구체적으로 어떤 인사를 제외하라는 식으로 시시콜콜하게 관여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랬다가는 정말 큰 사단이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공 : 그럼에도 KBS는 양승동 사장이, MBC는 최승호 사장이 각각 코드 인사를 자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의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김 : 그런 독단적 코드 인사는 없습니다. 오히려 불이익을 당한 건 주진우 전 시사인 기자입니다. MBC 텔레비전에서 진행하던 보도 프로그램인 「스트레이트」를 석연치 않은 이유로 얼마 전에 그만두게 됐잖아요.

지상파 방송사에서 근래 벌어진 이런저린 시끄러운 사건들에 관한 김용민 PD의 설명 내지 해명에 필자는 별다른 반박을 하지 않았다. 그건 그와의 오랜 ‘의리’ 때문이 아니었다. 내가 거의 10여 년 전부터 텔레비전을 거의 시청하지 않는 탓에 반박을 하고 싶어도 도무지 할 재간이 없었다. 자세한 사정을 알아야 참견도 할 게 아닌가?

김 : “누구는 넣고 누구는 빼라”는 간섭과 통제는 지난 정부 아래에서 흔히 목격되어온 일입니다. 지금 정부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경우입니다. 방송현장의 실무작업 과정을 담당하는 일선 제작진의 재량이 강화되고 자율성이 보장되니 계면쩍은 얘기겠지만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와 저 같은 사람들이 각광을 받게 됐습니다. 저도, 김어준 총수도 이전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는 철저하게 왕따당한 경우였습니다. 그렇지만 지난 정부에서 배척된 사람들이 새롭게 선호를 받게 됐다고 해서, 그 후폭풍으로 기존에 방송에 얼굴을 비추던 인물들이 성향이 보수적이라는 이유로, 우파적 발언을 자주 한다는 구실로 밀려나지는 않았습니다.

공 : 방송의 공정성과 중립성 문제와 관련해서는 제가 아직까지는 소수파 중의 소수파입니다. 정부에서 사실상 운영하는 방송사들에서 정권과 코드가 부합하는 인사들을 중용하는 건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저는 쓸데없이 번거롭게 중립과 공정을 요식행위로 가장하지 말고, 솔직하고 화끈하게 “우리 편파적입니다”라고 화면 아래에 시청자들 눈에 잘 띄게끔 공개적으로 굵고 큰 글씨로 자막을 깔고서 방송전파를 발사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다들 얼마나 좋아! (웃음)

김어준과 김용민의 전성기는 청취자들이 만들어줘

김용민 PD는 김어준 총수와 자신이 방송에서 잘나가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부당한 지원이 아닌 청취자들의 객관적 선호가 낳은 결과임을 강조햇다. 이미지는 KBS 1라디오 「김용민 라이브」김 : 저는 방송에 굳이 코드가 있다면 그건 제작진의 코드이지, 정권의 코드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 : 제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제작진의 이념적 코드가 달라졌어도 시청률에서도, 신뢰도에서도 기성 공중파 방송사들이 다시금 확 반등할 수 있는 뚜렷한 계기가 아직은 없다는 점입니다. 지상파, 곧 공중파 방송이 망하고 있기로는 보수 코드일 때나, 진보 코드일 때나 한결같이 꾸준하거든요.

김 : (약간 정색하는 표정으로) 형님, 그렇지는 않아요. 당사자 입으로 하기에는 무척이나 쑥스러운 말씀임에도 불구하고 김어준과 김용민 두 사람을 실제 사례로 제시해 설명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TBS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청취율이 현재 13퍼센트입니다. 라디오 청취율이 급격히 줄어온 현실을 감안하면 이는 정말 엄청나고 압도적인 청취율입니다. 이런 수치는 손석희 jtbc 사장도 달성하지 못했던 기록입니다. 제가 KBS 1라디오에서 진행하는 「김용민 라이브」는 동일한 방송사에서 내보내는 라디오 프로그램들 가운데 1등입니다. 제가 다른 방송사인 SBS에서 프로그램을 맡았을 적에도 똑같은 서울방송 안에서 청취율 1위였다고 합니다. 이건 제작진들로부터 제가 직접 전해들은 이야기입니다. 모든 방송사들에서 내보내는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을 통틀어서는 3등이었고요.

공 : 1등은 누구였나요?

김 : 당연히 김어준 총수였죠.

공 : 2등은요?

김 : 0.2프로라는 간발의 차이로 CBS 「김현정의 뉴스쇼」가 청취율 2위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공 : 결론적으로 메달권이네요. (웃음)

김 : 예, 메달리스트였습니다. (웃음) 그러기 때문에 김어준 총수와 제가 능력과 자격도 안 되는데 단지 정권과 코드가 맞아서 방송을 진행한다는 비판은 과녁을 어긋난 무리한 인신공격으로 생각됩니다.

유튜브에서 진검승부에 나설 터

김 : 지상파 방송사들의 시청률과 청취율이 예전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아진 것은 분명합니다. 기본 청취율이 20프로를 찍던 시절도 있었으니까요. 요즘은 5프로만 넘겨도 선전한 수준이고, 10프로를 넘기면 완전 대박입니다. 여기에는 지상파 방송의 영향력이 추세적으로 급감해온 사태가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지상파의 퇴조는 참여정부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현상입니다. 인터넷으로 표상되는 뉴미디어가 대두한 데다, 모바일 혁명을 초래한 스마트폰이 보편화하면서 대중들의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굉장히 많아졌습니다. 따라서 집에 들어와 큰 화면으로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게 더 이상 매력과 흥미를 주는 일이 아니게 됐습니다. 사실 저도 방에다 케이블 텔레비전을 큼지막하게 설치하고서는 벌써 몇 달째 아예 켜지도 않고 있습니다. 저도 지상파와 연관된 일을 하지만 지상파가 퇴조하는 속도는 우려스러울 지경입니다. 그래서 제가 요즘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느냐? 조만간 다들 유튜브에서 만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공 : 여당 편, 야당 편 상관없이 공평하게 유튜브에서 승부 가리자는 말씀인가요?

김 : 예, 그렇습니다. 최근에 극우 유튜버들이 만만찮은 인기를 끄는 데는 한 가지 중요한 원인이 주효했습니다. 진보 유튜버들이 유튜브를 시작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곳에서는 진보가 후발주자의 불리한 조건에 가로놓여 있습니다. 보수가 유튜브의 선발대가 된 데에는 그들이 팟캐스트 시장에서 완패한 게 결정적 이유였습니다. 팟캐스트로는 도저지 승산이 없다는 판단이 서자 일제히 유튜브로 활동무대를 옮긴 것이죠. 극우 내지 보수 이데올로그들이 그곳에서 확실하게 발판을 굳힌 배경입니다.

공 : 그들 관점에서는 팟캐스트 분야의 경쟁에서 여지없이 패배한 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네요. 비록 강제로나마 용감하고 기동성 있는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가 됐으니.

김 : 그런 셈이죠. 제 경우에는 2017년에 늦깎이 유튜버로 출발했습니다. 엊그제 확인해보니까 제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가 32만을 돌파했습니다. 한 달에 1만~2만 명의 구독자가 증가하는 흐름입니다. 지금 같은 추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신의 한 수」를 위시한 극우 유투버들이 장악해온 우리나라 유튜브 판도에 근본적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저는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⑤편에서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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