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eudo Party & Digital Populism

[뉴스케이프 하태균 기자]

정치에서 데이터의 사용과 조작은 이미 전 세계의 민주주의를 손상시켜왔다. 트럼프와 브렉시트(Brexit : 영국의 유럽연합 이탈) 지지층이 운영하는 우파 포퓰리즘 캠페인의 압도적 성공에서 우리들은 이 같은 것들을 목격했다. (그래픽=뉴스케이프)선거철이 다가오면서 이른바 ‘디지털 포률리즘(digital populism)이 새삼스럽게 떠오르고 있다. ’디지털 포퓰리즘‘이란 “온라인 영상물을 통해 선거운동을 하는 현상”을 말하는 것으로 단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한 후보자들의 치열한 홍보전의 수단으로 디지털 수단이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가짜뉴스, 음모론 등 다양한 형태의 진실이, 사실이 아닌 것들이 수없이 많이 온라인 상에 떠돌아 다녀 자칫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소셜 미디어의 힘을 직접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포퓰리즘 브랜드’는 디지털의 발전으로 우리를 놀라게 해왔고, 갈수록 더욱 더 놀라게 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4월 한국의 총선거를 비롯해 올해 안으로 전 계 선거가 60개국 이상에서 각국마다 다양한 선거가 치러질 예정이다. 한국은 물론 다른 여러 나라들도 ‘디지털 포률리즘’이라는 상황을 활용하지 않을 수 없다.

선거 구호도 매우 다양할 것이며, 따라서 이를 선전하기 위한 포률리즘 정당 등 모든 선거 당사자들은 데이터 분석 회사를 이용하여, 자신들의 메시지를 증폭시키고, 대중과 직접 연결하며, 자신들의 지지기반을 확장해 나갈 것은 분명하다. 

과거 한국에서는 진보 진영에서 디지털 활용도가 높아 대중 접근이 용이했고, 또 자신들의 메시지를 제대로, 재빠르게 전달해 지지기반을 확보해나갔으나, 최근 들어 우익, 보수 진영에서 새로운 도구인 ‘유튜브’를 활용하며 홍보수단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유권자들에게 접근해 가는 노력들이 돋보인다. 

최근 몇 년 동안 브라질에서 헝가리, 필리핀에 이르는 여러 나라에서 우익 진영의 포률리즘이 정권을 잡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을 노리지 않을 기업들은 없다. 포률리즘의 증가와 함께, 캠브리지 애널리티카(Cambridge Analytica), 어그리게이트 아이큐(Aggregate IQ) 등의 데이터 분석회사들은 투표에 영향을 미치는 유권자들의 행동을 계량화하기 위한 기법을 거의 완성해 왔다. 돈벌이 기반을 갖췄다는 것이다. 

데이터 분석 기업들의 작업을 통해 우익 포퓰리즘의 손길이 확대되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이 민주주의와 인권의 미래를 걱정하는 것이지만, 좌익, 우익 모두의 정치적 범주 안에 있는 척하는 포퓰리즘의 또 다른 행태가 바로 ‘디지털 포퓰리즘’이다. 

‘디지털 포률리즘’이 왜 전 세계 정치의 영역으로 진입했을까? 21세기 들면서 통상적인 포퓰리즘은 지금까지 지배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원리와 그 정체에 대한 반발’로부터 생겨났다. 

지난 30여 년 동안 서구 전역의 민주선거는 주로 좌우의 이념을 아우를 수 있는 초당적인 연합과 ‘반대’라는 개념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발로 이뤄졌다.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이 전례 없이 최고조에 이르게 되자 일부 정치인들이, 자유, 평등, 평화 등을 외치면서 신자유주의로부터 빼앗긴 가치를 유권자들에게 되돌려주겠다며 포퓰리즘을 양산해왔다. 

유명한 정치철학자 에르네스토 라클라우와 샹탈 무페(Ernesto Laclau and Chantal Mouffe)가 설명하듯이 포퓰리즘은 “이념이 아니라 정체성을 분명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며 “공동의 적에 대항해 서로 다른 요구를 한 곳으로 모으는 정치 전략”이다. 

좌-우파 포퓰리즘에 의해 생겨나는 감정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각 진영에 따라 우파는 외국인에 대한 두려움, 즉 혐오감, 무관심에 뿌리를 둔 두려움, 좌파는 더 많은 정의와 평등을 통해 보다 나은 미래를 희망한다고 외치고는 있다. 그러나 막상 실전에서는 좌우가 뒤섞여 우파적 좌파, 좌파적 우파가 난립하게 되는 것이 현실 정치 세계이다. 이념은 단지 립서비스에 불과한 측면이 있다. 

프랑스 국민전선의 지도자 마린 르펜(Marine Le Pen)이나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Donal J. Trump)와 같은 우파 포퓰리스트들에게 있어서는 “국민의 적(敵)은 이민자, 난민, 혹은 소수민족과 같은 것으로, 분명한 것은 자신이 속한 민족의 하위 범주에 든다”고 생각하는 반면 미국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Elizabeth Warren)과 스페인 포데모스 지도자 파블로 이글레시아스(Pablo Iglesias)와 같은 좌파 포퓰리스트들에게 있어서는 “국민의 적은 이민자, 난민, 소수민족이 아니라, 경제적 엘리트, 즉 워런이 해체할 계획인 페이스북과 같은 거대 초국가 기업”들이다.

신자유주의 기득권층이 계속 신뢰를 떨어뜨리고, 우파와 좌파의 차이를 무시한다 할지라도, “포퓰리즘은 민주정치의 필수적 차원이며, 그 전략이 특히 오늘날 잘 분산된 정보기술과 잘 맞아떨어진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정보 분산의 시대에서는 이 같은 디지털 포퓰리즘은 ‘없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사회적인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요구되는 악’ 즉 ‘필요악(necessary evil of society)’이다. 

또 다른 포퓰리스트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은 그들이 국민들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직접 관계다. 과거에는 포퓰리스트들이 전통적 매체에 의존해 국민과 소통했지만 이제는 소셜미디어가 국민에게 직접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소셜 미디어의 사용은 우익과 좌익 대중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유익한 도구가 됐다. 

디지털 포퓰리즘은 “정치인들이 유권자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디지털 플랫폼을 사용하게 할 뿐만 아니라, 그것의 정치 프로그램을 소셜미디어의 힘과 조작의 잠재적 힘에 직접적으로 기초”하고 있다. 

불과 10년 만에 간신히 전국 최대 정당이 된 이탈리아의 반체제 ‘5성 운동(Five Star Movement)’이 좋은 본보기이다. 엘리트주의적이고 폐쇄적인 이탈리아 정치 체제에 반대하는 개방적인 포퓰리즘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5성 운동’은 수평적 조직과 유연한 이념에서 과거와는 다른 이례적인 디지털 포퓰리즘을 매우 잘 활용했다는 점이다. 

그 정당은 인터넷이 전통적인 정당과 민주 정치의 조직적 모델을 쓸모없게 만들었다고 믿는 디지털 마케팅 전문가들의 비전이기도 하다. 인터넷 시대에 (기존 아날로그 성격의) 정당들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확신한 IT전문가인 카살레지오(Casaleggio)는 “의회를 시민들이 스스로 문제를 결정할 수 있는 온라인 민주주의로 바꾸기”를 꿈꿨다. 

그의 책에서, 그는 “효율적이고 현명한 해결책에 대한 합의가 온라인 군중들의 지혜를 통해 이루어졌을 것이기 때문에, 누구도 더 이상 위임할 필요가 없는 세상”을 예언했다. 카살레지오의 목표는 단순히 다른 포퓰리스트들이 그렇듯 손발이 맞지 않는 전문 정치계급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민주적 제도들로부터 이탈(disintermediation of democratic institutions)’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이 같이 ‘디지털 포퓰리즘’은 노골적인 이념적 우파와 좌파 포퓰리즘과 마찬가지로 이를 지지하는 정치인들이 국민과 직접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문제는 우파이든 좌파이든 포퓰리즘이 정치적으로 공포 조작과 사물의 은닉 조작 등을 결합, 사악하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정치에서 데이터의 사용과 조작은 이미 전 세계의 민주주의를 손상시켜왔다. 트럼프와 브렉시트(Brexit : 영국의 유럽연합 이탈) 지지층이 운영하는 우파 포퓰리즘 캠페인의 압도적 성공에서 우리들은 이 같은 것들을 목격했다. 

물론 도덕적, 양심적 청결함을 주창하는 좌파 디지털 포률리즘에서도 우파와 다르지 않게 정치적 사악함은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다는 것이다. 

참여 민주주의 이념에 입각한 선거운동에 있어서, 한 사람이 국민의 욕망을 보여주는 데 사용되었던 모든 자료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심각한 투명성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현실정치에 있어 욕망과 탐욕이 없을 리 없다. 그러나 그 욕망과 탐욕이 선거 캠페인 동안만 좋은 욕망, 괜찮은 탐욕으로 보이도록 멋진 포장을 한 상품을 유권자들에게 선보이지만 포장을 뜯어내면, 알맹이는 나쁜 욕망과 버려야 할 탐욕으로 가득 차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표플리즘이라는 문명적 현상을 ‘선거철에만 예의바른 탐욕(?)’으로 보여 지게 하는 도구로 악용될 가능성을 유권자들은 경계해야 된다. 

요즘 ‘위성정당’이라는 당이 새겨날 모양이다. ‘위성정당’은 여러 해석이 가능해진다. 우선 위성(衛星)이라는 뜻이라면, 행성(行星)의 인력에 의해 그 행성의 주위를 도는 별을 말하는 것으로 ‘모(母)정당이 사람도 보내고, 돈도 써주고, 조직도 갖추는 정당’을 위성정당이라며 “미래 XX당”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움직이고 있다. 모(母)정당의 주위를 뱅뱅 도는 실체도 보이지 않는 정당이 주위를 맴돌 모양이다. 

또 다른 위성이 있다. 여기서의 위성(僞星)은 거짓 혹은 가짜 별을 말한다. 어머니(母)정당의 주위를 가짜 별이 맴돈다는 뜻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가짜 정당을 만나보지 못했다. 2020년에 생겨날 모양이다. 신제품(新製品)치고는 품질이 매우 안 좋은 제품(低質品)으로 보인다. 이 같이 기존의 언론을 통해, 혹은 디지털 포퓰리즘을 활용, 자신들의 욕망, 탐욕을 ‘예쁘게 포장한 정당’으로 속이려 하지만, 속은 결국 “가짜정당(false Party), 거짓정당(fake party), 사이비정당(Pseudo party) 혹은 형식만 추구정당(Only pursuit of formality party)”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사람들의 집단일수록 디지털 표퓰리즘을 적극 활용하려 든다는 점이다. 국민과 국가를 위한다는 말은 입으로만 하는 ‘언어의 유희’에 불과하고, 그 속은 ‘사악함’이 마치 악성코드(malignant code)처럼 널리 퍼져 나간다는 사실을 유권자들은 특히 경계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국 코로나바이러스 첫 사망자 발생”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SNS를 타고 왔다고 치자. 그것은 유익한 동영상이 아니라 ‘스팸 바이러스’이다. 이 동영상을 클릭하면, 휴대폰에 있는 송금기능 등 은행 업무의 개인 정보를 몽땅 빼나가는 악성 바이러스인 것처럼, ‘디지털 포퓰리즘’ 역시 ‘악성 바이러스성’ 요소를 내포하고 있음을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유권자들의 매우 좋은 마음까지 도둑질해가는 악성코드라고 생각해도 큰 무리는 아닐 것이다. 

저작권자 © 뉴스케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