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정서 부추겨 국내 반정부 시위대 시선 돌리려 도발할 수도

[뉴스케이프 하태균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의 감염 확대가 중동 지역에서 가장 심각한 ‘이란’은 이번 달 중순 대책 강화를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에 50억 달러(약 6조 4,460억 원)의 긴급 지원을 요구하며 바이러스 확산 봉쇄를 서두르고 있다.

40여 년 동안 미국 등 서방세계로부터 경제 제재를 받아와 여러 분야에서 물자 부족을 느끼고 있는 이란은 주변국들과 항공편과 물류를 잇달아 중단해 경제가 더 침체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한 미군 간부는 곤경에 빠진 이란 지도부가 “보다 더 위험해질 수 있다”고 말해 ‘군사적 긴장’의 고조에 우려를 나타냈다.

18일 현재 기준 이란의 감염 확진자는 1만 7천명을 웃돌고, 1,1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이란 당국은 17일 감염 방지를 위해 정치범을 포함한 8만 5천 명의 수형자를 일시 출소시켰다. 이달 하순은 페르시아력으로 새해 즐거운 연휴에 해당되지만, 여행을 할 경우 수백만 명이 사망할 수도 있다며 당국은 경고했다.

이란에서 감염이 처음 확인된 다음 날인 2월 20일 이웃나라 이라크는 국경을 폐쇄해 항공편도 정지됐고, 이후 이란과 관계가 좋은 오만도 항공편 운항과 함께 선박 교역을 금지했으며, 강 건너 아랍에미리트(UAE)는 페리 운항을 중단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감염 확대 방지의 대처가 트럼프 미 정권하에서 재개된 경제 제재에 ‘현저하게 저해되고 있다’ 비판하지만, 트럼프 정권은 이란에 ‘최대한의 압력’을 가하는 정책을 계속할 것이라는 견해가 유력하다.

이런 가운데 숀 매킨지 미 중부군사령관은 지난 12일 독재체제는 통상 국내에서 큰 압력을 받으면 대외적 위협을 위해 단결한다며, 감염 확산에 따라 이란 지도부는 아마도 정책 결정 면에서 더 위험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에서는 지난해 11월과 올 1월, 경제 실정 등으로 반정부 데모가 확대됐으며, 시위대의 비판은 이슬람교 시아파의 지도 체제에 쏠렸다. 이에 따라 2월 하순 실시된 국회 선거에서는 국제공조를 지향하는 개혁파 등 후보들이 사전심사에서 실격돼 보수 강경파가 약진했다.

투표율은 사상 최저를 기록해 체제에 대한 불신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SNS상에서는 “투표율을 올리기 위해, 정부가 감염 정보의 발표를 늦췄다”등의 의심이 돌았다.

보수 강경파는 국내외에 큰 영향력이 있는 반미(反美)의 아성, 이란 혁명수비대와도 연관이 깊다. 혁명수비부대의 정예군인 쿠드스군(Quds Force)의 카셈 솔레이나미(Qassem Soleimani) 사령관 살해로 이란은 1월 이라크의 주둔 미군 기지를 미사일로 공격했다. 

3월에도 로켓탄에 의한 공격으로 이라크에 주둔하는 미국과 영국의 병사 등 3명이 사망, 미군은 이란과 제휴하는 시아파 무장 세력의 거점을 공습했다. 보복의 연쇄가 대규모 전투로 연결될지도 모르는 정세가 계속 되어 왔다. 

체제에 대한 불신으로 이란 국민들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미국과의 대결을 호소하는 수법은 지나치게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 이란 지도부에 있어서 신종 코로나 감염의 봉쇄는 내정, 외교를 좌우하는 과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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