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모씨, 관내 미용실·빌라소유…조합, 재개발후 26·33평 아파트 약속

[뉴스케이프 민형준 기자] [뉴스케이프=민형준 기자, 유주영 기자] ‘사각 사각 사각’…‘위위잉, 위이잉.’

지난주 금요일 뉴스케이프가 찾은 경기 시흥시 은계동에 자리한 한 미용실에서 들리는 소리이다.

미용실 장 모(여, 44) 원장은 재빠르게 손을 놀리면서 자신의 억울한 사연을 본지에 풀어냈다.

장 원장이 이곳에서 미용실을 운영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장 원장은 종전 광명시 철산2동에서 20여평 규모의 미용실을 운영했다. 장 원장이 2013년 점포 구매액으로 지급한 돈은 2억300만원.

장 원장은 “철산2동 미용실이 인근에서는 꽤 인기였죠. 매출이 월 700∼800만원은 됐으니까요. 다만, 광명시가 철산1, 2동과 광명1동이 포함된 광명 2R구역 재개발에 착수하면서 불가피하게 이곳으로 옮기게 됐어요”라고 설명했다.

장 원장은 조합원수(2,544명) 세대수(3,344세대-임대 607세대)인 광명 2R 재개발 구역(광명 1동 12-2번지 일대 16만2,696㎡) 조합원이다.

현재 이주가 진행 중인 광명 2R 재개발 구역. [사진=장 원장]

현재 광명시는 광명뉴타운 계획을 세우고 1구역부터 16구역으로 나눠 각각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구역의 조합원 수는 1만6,603명이며, 개발 후에는 모두 2만5,563세대가 들어선다.

장 원장은 “현재 재건축에 들어간 미용실 인근 철산1동 빌라에서 남편과 딸과 함께 나름대로 성실한 삶을 살았어요. 결혼 후 마련한 첫 집이라 애정도 깊었고요”라고 말했다.

2001년 김 원장은 이 빌라를 7,500만원에 구입했다.

그는 “남편은 직장에서, 나는 미용실에서 열심히 일한 덕에 결혼 3년만에 철산1동 17평 빌라를 마련했어요. 여기에 작지만 남편과 내 명의로 된 미용실도 갖게 됐고요. 다만, 이번 재개발로 지난 20여년 간 일군 재산을 잃게 됐네요”라고 토로했다.

당초 재개발조합이 재건축이 끝나면 아파트 33평과 26평을 주기로 약속했으나, 최근에는 26평 아파트만 주겠다고 번복해서 이다.

장 원장이 받은 26평A형의 분양가는 3억6,300만원이며, 개발 후 시세 차익은 2억8,000만원에서 3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조합이 약속한 33평의 경우 감정가 1억2,000만원에 조합원 분양가 5억3,000만원, 시세차익 4억5,000만원에 거래가 형성됐다는 게 현지 부동산 업계 진단이다.

장 원장이 조합의 변심에 10억원의 재산 손실을 본 셈이다.

광명 2R 구역 재개발 조감도. [사진=대우건설]

재건축·재개발조합의 갑질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서울 대치동 미도아파트 상가에서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운영하는 김 모(51,남) 사장은 “재개발과 재건축 진행 과정에서 조합의 힘은 무소불위에 가깝다”면서 “시행사 선정에서 뒷돈을 챙기고, 물량 배분 역시 기준 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작 조합원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조합이 조합 간부 등 일부 조합원의 배만 불리고 있다”며 “서민은 재개발이나 재건축으로 재산을 크게 불릴 수 있는데, 이번 광명 2R 구역 조합의 경우는 이해관계가 맞물린 것 같다”고 주장했다.

실제 현재 재건축이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서울 개포주공아파트의 조합원의 경우 최고 10배 이상의 시세 차익을 본 것으로 파악됐다.

은행원 황 모씨(55, 남)는 “1990년대 초 결혼하면서 이곳에 17평 아파트를 3,000만원 조금 더 주고 샀다”며 “재건축이 끝나면 30평대 아파트를 받는다. 현재 30평대 실거래가가 30억원을 상회한다”고 언급했다.

그동안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도 황 씨가 20여년 만에 25억원 이상을 번 것이다. 이는 연봉 5,000만원을 받는 회사원이 한 푼도 쓰지 않고 50년을 모아야 한다.

여전히 국내 재테크 1위로 부동산이 인기를 끄는 이유이다.

아울러 2010년대 중반 분양한 위례신도시의 경우 현재 실거래가가 분양가보다 3억원 이상 올랐다. 이곳에서 700여미터 떨어진 성남 신흥주공아파트의 경우 2년 전 재건축에 들어갔으며, 현재 시세는 분양 당시보다 면적에 따라 다르지만 2억원 이상 뛰었다.

장 원장 건에 대한 조합 입장을 듣기 위해 본지가 조합 사무실을 찾았지만, 조합은 문전박대 했다. [사진=민형준 기자]

장 원장은 “지난해 조합 측에 15평 상가와 26평 아파트를 요구했는데, 조합 측에서는 자격 미달로 상가를 받을 수 없다 했어요”라고 덧붙였다.

장 원장은 박탈 통보를 받고, 실수요가 많은 30평대 아파트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시흥에서 노무업무와 공인중개사업를 진행하고 있는 노무법인 벽성의 조용식 대표노무사는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재개발조합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간부들은 감언이설로 조합원을 설득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조 노무사는 “조합을 구성하고, 사업인가가 나와 시행사와 분양사 등 선정 후 재건축을 진행하게 되면 사업 완료시 사업자 수익이 감소할 수 있다”면서 “최근 내수 경기와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미분양 위험까지 있어 시행사의 수익이 줄면 조합원의 혜택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부연했다.

광명 2R 구역 사례는 조합원 등의 계약 관계를 잘 살펴야 한다는 게 조 노무사 분석이다.

현지 부동산 업체는 “광명 2R 조합의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 통상 조합원은 재건축 인가가 나면 원하는 규모의 아파트를 먼저 받고, 남은 물량을 일반분양 한다”며 “이는 엄연한 재산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조합의 입장을 듣기 위해 뉴스케이프가 광명 2R 구역 조합사무실을 방문했지만, 조합 간부로 보이는 40대의 중반의 건장한 남성이 문전박대해 조합 입장을 듣지 못했다.

한편, 대우와 롯데건설, 현대엔지니어링이 참여하는 광명 2R 구역은 40㎡ 이하(420세대-임대 316세대), 40~60㎡ 이하(1,604세대-임대 291세대), 60~85㎡ 이하(1,179세대), 8㎡5 초과(141세대) 등으로 이뤄졌다. 

현재 광명 2R 구역은 이주 중이며, 올해 안에 일반 분양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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