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주의만이 새로운 냉전을 차단할 수 있어
[뉴스케이프 하태균 기자]
미-중간의 첨예한 대립은 다른 나라들로 하여금 “우리 편이냐 다른 상대편이냐”를 선택하도록 하는 최후통첩과 같은 장기적인 경쟁을 뜻한다. 최근 코로나19 사태에서 영향을 받아 하고 있는 미국의 주장들이 “다른 많은 부정적인 행동들과 함께 필연적으로 러시아와 중국을 더욱 더 가까워지게 하고 있다”(그래픽=뉴스케이프)“코로나19(COVID-19)의 대유행(Pandemic, 팬데믹)은 전 세계적으로 큰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세계 경제가 급격히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며,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2.9%의 성장률이 올해 마이너스 3%로 반전돼 대공황(great depression) 이후 최악의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며 침울한 그림을 그려내고 있다.”이 글은 러시아 국제문제협의회의 전문가이자 러시아 외무부 산하 MGIMO-대학에서 경제학 석사, IBS-모스코바(IBS-Moscow)에서 해외 지역학 학사 학위를 취득한 다닐 보흐코프(Danil Bochkov)가 홍콩의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 신문의 오피니언에 14일 기고한 내용이다.
코로나19 사태는 경제에만 국한되지 않고, 그 파장은 지정학적 경쟁을 부추길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러나 그것이 중국을 심각하게 약화시키거나 중-러 결속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바이러스 발병에 대한 진실을 은폐한 중국을 질책하며, 잇따라 신랄한 질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는 올해 초 체결된 1단계 무역협정(1월15일)을 없던 것으로 하겠다는 위협하기까지 했는데, 이는 이미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는 세계 무역의 마지막 지푸라기가 될 수도 있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공급망(supply chains)을 중국으로부터 분리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중 관계의 냉전적 상태는 더욱 악화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경제적, 정치적 경쟁은 지난해 중국이 “백인이 아닌” 적대국으로 묘사되면서 강화되었다.
미국 관리들은 “정면 대치를 보다 이데올로기적으로 만든다며 중국 공산당을 겨냥 모든 비판”을 하고 있다.
코로나19의 대유행은 중국, 러시아, 이란에 대해 더 많은 논의를 촉발시켰는데, 이 대유행 바이러스의 발원에 대한 허위 정보를 유포하고 선전을 퍼뜨리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 싸움에서 미국은 같은 생각을 가진 민주주의 국가들과 함께 하려고 한다.
이러한 미국의 모든 움직임이 “중국과 러시아를 더욱 가깝게” 하고 있다. 최근까지 러시아가 세계의 불행에 대해 비난을 대부분 받아왔다면, 이제 중국의 차례가 됐다. 이는 미국 정책 입안자들과 일부 영국 관리들에게 반향을 불러일으킨다.
마찬가지로 1970년대 초에는 소련과 중국 양국 관계가 악화되면서, 오히려 미-중 관계가 밀월시기(honeymoon period)를 누렸다.
이는 1950년대 후반 중국과 소련의 이념 분열을 시작으로 티격태격 비난 게임(blame games)이 이어졌다. 소련 지도자 니키타 흐루시쵸프(Nikita Khrushchev )는 1959년 인도와의 국경 분쟁 이후 소련이 지원하는 인도와의 국경전쟁(border war)을 일으킨 중국의 마오쩌둥(모택동)을 비난했다.
반면 미-중 관계는 1972년 미국 대통령의 첫 방중으로 극적으로 개선됐다.
요즘 미국이 (의도와는 다르게) 러시아와 중국의 우호관계를 형성해 주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가 중국의 미사일 공격 조기경보체제 구축을 도운 이후 관계가 더욱 전략적 수준(strategic level)에 도달했다.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관계는 비대칭으로 남아 있다. 지난해 러시아와 중국 양국은 2024년까지 교역 규모를 2000억 달러로 두 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것은 엄청난 도전들을 보여주는 것이며, 세계적 대유행(pandemic)을 고려할 때, 재평가될 수 있다.
올 1분기 동안, 대유행으로 인한 수요와 공급의 충격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 중국 무역은 3.4% 성장을 경험했는데, 이는 러시아 수출이 17%나 증가한 결과였다. 한편, 유럽연합, 미국, 일본과의 무역은 각각 10%와 18%, 8%씩 급격히 하락했다.
러시아 수출이 늘어난 것은 중국의 급격한 가격 하락 이후 원유 매수세가 기승을 부린 결과일 수 있다. 중국은 코로나바이러스로 도시봉쇄(lockdown) 이후 7600만 배럴의 석유를 비축해 왔다. 지난 3월 중국 정부는 다음 달 러시아산 원유 160만 톤을 해상 적재용으로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1월 중국에 대한 비에너지 수출은 구리와 가금류, 어류의 매출 증가에 힘입어 전년 대비 46% 성장했지만, 작년과 달리 2,300만 달러 상당의 기밀 방어시설과 우주장비도 납품하는 특징을 보였다.
모스크바는 또 세계보건기구(WHO)에 대한 미국의 공격에 대해 중국과 결속력을 보여주면서, 미국의 그러한 움직임은 미국이 성공적으로 감염관리를 하지 못하는 것을 피해보려는 시도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중국으로부터 보상을 요구하려는 모든 시도는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completely unacceptable)”고 강조했다.
지난 5월 9일 전화통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차 세계대전의 승리한 결과를 보호하고, 다자주의를 지지하며, 역사를 왜곡하려는 시도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시진핑 주석은 축사에서 러시아와 중국이 승리를 위해 지울 수 없는 기여를 했고, 인류를 구했다고 주장했다.
1945년 5월 8일 나치에 대한 미국과 영국의 승리를 강조하는 미국-영국의 해석과 다소 모순된다. 이런 이념적 충돌은 국가 간 오해가 커지는 데에만 기여, 공동성과의 전형으로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것들을 서서히 근절해 나갈 것이다.
미-중 대결은 세계 안정에 큰 도전을 제시한다. 냉전과는 달리, 이는 더 큰 세계화와 상호연결성을 특징으로 하는 현대 세계 질서의 새로운 현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념적 또는 사회-경제적 영향력의 영역에는 뚜렷한 구분이 없다. 새로운 미-중 경쟁은 더 위험하고 많은 다른 배우들이 참여하는 대리 충돌로 기울어진다. 높은 수준의 글로벌 상호의존성은 특히 모든 관련 당사자들에게 작은 단계적 확대를 위협하게 만든다.
이 같은 미-중간의 첨예한 대립은 다른 나라들로 하여금 “우리 편이냐 다른 상대편이냐”를 선택하도록 하는 최후통첩과 같은 장기적인 경쟁을 뜻한다. 최근 코로나19 사태에서 영향을 받아 하고 있는 미국의 주장들이 “다른 많은 부정적인 행동들과 함께 필연적으로 러시아와 중국을 더욱 더 가까워지게 하고 있다”
이런 어려운 시기에 우리가 새로운 냉전을 피하려면, 모두가 다자주의(multilateralism)를 지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