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민족주의 구축, 글로벌 리더 선점 목표

[뉴스케이프 정석동 기자]

미국의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는 중국이 독자기술, 기술민족주의를 들고 나오면서 글로벌 리더를 해보겠다는 야심에 찬 포부를 발표하고 있다. 그럴수록 미국은 동맹국, 파트너들과 중국에 압박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어, 이제 막 시작된 중국의 엄청난 규모의 첨단기술투자의 성과는 언제 어떤 모습을 보일지 주목되고 있다. 사진은 중국 톈진 경제기술 지구 (사진=위키피디아)기술투자 추진은 이번 주 소집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재정정책의 일환이며, 이 계획은 이전에 '메이드 인 차이나 2025(Made In China 2025)' 프로그램에 제시되었던 목표를 반영, 중국의 외국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축소시키겠다는 야심에 찬 계획이다. 

중국은 차세대 무선통신망부터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동원해 1조 4천억 달러(약 1,723조 4,000억 원) 이상을 경제에 쏟아 부을 계획으로, 핵심 기술의 글로벌 리더가 되겠다는 포부이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지원하는 마스터플랜에서 2025년까지 6년간 약 10조 위안(약 1조4000억 달러)을 투자해 5G 무선망 구축과 카메라·센서 설치, 자율주행을 뒷받침할 AI 소프트웨어 개발을 정부와 화웨이(Huawei) 등 민간 하이테크 대기업에 요청하기로 했다. 자동화된 공장과 대량 감시 분야에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새로운 인프라 이니셔티브(new infrastructure initiative)는 알리바바 그룹 홀딩, 화웨이에서 센스타임 그룹(vSenseTime Group)이르기까지 중국 내 대기업 위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기술 민족주의(tech nationalism)가 팽배함에 따라, 이 투자 운동은 이전에 ‘메이드 인 차이나 2025’ 프로그램에 제시되었던 목표를 반영하며, 외국 기술에 대한 중국의 의존도를 감소시킬 것이라는 계산이다. 이 같은 시책은 이미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아 화웨이 등 중국 기술기업의 부상을 차단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홍콩의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 21일 마리아 궈(Maria Kwok) 디지털 차이나 홀딩스(Digital China Holdings)의 최고운영책임자(COO, chief operating officer)는 안면인식 카메라와 센서로 둘러싸인 홍콩 사무실에 앉아 “이전엔 이런 일이 없었는데, 이는 세계 기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중국의 게임비트(gambit)”라며, “올해부터 우리는 정말로 돈이 흘러가는 것을 보기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기술투자 추진은 이번 주에 소집되는 중국의 입법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National People’s Congress)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재정 정책의 하나이다. 중국 정부는 마오 시대 (Mao era)이후 최악의 경제 실적을 배경으로 올해 5,630억 달러(약 693조 530억 원)에 달하는 인프라 기금(infrastructure funding)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내 최대 클라우드 컴퓨팅 및 데이터 분석 업체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모회사인 알리바바와 텐센트 홀딩스가 이번 노력의 핵심 업체들이다.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 통신장비 공급업체인 화웨이에 5G를 지원하도록 위임했다. 포니 마화텅(Pony Ma Huateng)과 잭 마(Jack Ma : 마윈 알리바바 창립자)를 포함한 기술 지도자들은 이 프로그램을 지지하고 있다.

마리아 궈의 회사는 정부가 지원하는 정보기술 시스템 통합 제공업체로,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있는 많은 업체들 중 하나이다. 광저우에서는 디지털 차이나가 뉴욕시 센트럴파크 3/4 크기의 단지를 포함해 50만 채의 프로젝트 하우징을 온라인으로 들여오고 있다. 집을 찾기 위해 사용자들은 앱에 로그온하고 얼굴을 스캔하고 신원을 확인하기만 하면 된다. 임대차 계약은 스마트폰을 통해 디지털 서명할 수 있으며, 임차인 지불이 늦어지면 임대권한에 자동으로 플래그가 표시된다.

중국은 거의 달성하지 못할 것처럼 보이는 엄청난 비용이 투입되는 광범위한 계획에 낯설지 않다. 이 프로그램이 지지자들의 약속인 경제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옛날식으로 교량을 건설하기나 고속도로로 경제를 소생시키려는 이전의 노력과는 달리, 이 새롭게 구축된 디지털 인프라는 중국의 챔피언들이 첨단 기술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믿음이 강하다. 

베이징에서 활동하는 블룸버그 애널리스트 난난코우(Nannan Kou) 리서치 본부장은 보고서에서 “중국의 새로운 경기부양책은 산업용 인터넷 제공업체의 통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GE, 지멘스 등 글로벌 리더들과 경쟁할 수 있는 일부 대기업이 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2025년까지 이 지역에서 세계 3대 기업을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그 첫 번째는 산업용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이다.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시대 경제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안으로 기술 분야에 자금을 쏟아 붓는 것은 중국뿐만이 아니다. 이달 초 한국은 AI와 무선통신이 일자리 창출과 성장 촉진을 위한 '한국판 뉴딜'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지금부터 2025년까지 지출할 것으로 추산되는 10조 위안(약 1,729조 4,000억 원)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전형적으로 선도적으로 간주되는 분야와 초고전압 라인, 고속철도 등의 품목을 망라하고 있다고 중국정보산업개발센터가 밝혔다. 

중국 본토 31개 성(省)과 지역 중 20여 곳이 민간자본의 적극적인 참여로 총 1조 위안(약 172조 9,400억 원)이 넘는 사업을 발표했다고 관영 신문이 지난 18일 보도했다.

모건 스탠리의 별도 추정치는 향후 11년간 매년 약 1,800억 달러(약 221조 4,900억 원)에 달하는 새로운 인프라를 제시한다. 그러한 계산에는 전력선과 철도선도 포함되어 있다. 이 투자은행은 지난 3월 보고서에서 차이나 타워, 알리바바, GDS홀딩스, 콴타컴퓨터, 어드벤텍 등 주요 주식 수혜기업을 포함해 지난 3년 평균의 거의 두 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정부의 반쪽짜리 비전은 이미 엄청난 양의 주식을 휘젓고 있는데, 이는 올해 중국 최고 실적 10개 종목 중 5개가 네트워킹 장비 제조업체인 중커수광(Dawning Information Industry)과 애플 공급 업체 고어텍(GoerTek)과 같은 기술주들이다. 기본 계획의 개요는 위성 사업자부터 광대역 사업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추진하기에 충분하다. 

미국 기업들이 기술 주도의 경기 부양책으로부터 많은 이익을 얻을 것 같지는 않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들이 기존 사업을 잃을 수도 있다. 올해 초 중국내 최대 통신사 차이나모바일이 5G 기지국에 370억 위안(약 6조 3,987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자 알짜 지분은 화웨이 등 중국 기업들에게 돌아갔다. 스웨덴의 에릭슨은 처음 4개월 동안 10%를 조금 넘는 사업만을 얻었다. 디지털 차이나는 동북부 창춘이라는 도시가 미국 독자 기술을 가진 클라우드 컴퓨터 기업 IBM, 오라클, EMC를 대신하는 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새로운 인프라 개발의 상당 부분이 데이터 센터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UBS그룹의 3월 연구 노트에 따르면, 20개 이상의 지방이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사용하는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을 시작했다. 

중국 서버 제조업체 H3C의 최고 경영자인 토니 유(Tony Yu)는 중국 최고의 인터넷 회사들로부터 데이터 센터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전도가 유망한 떠오르는 분야(up-and-coming sector)의 급격한 성장은 전염병이 지나간 후 중국 경제에 새로운 힘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베인 캐피탈(Bain Capital)이 지원하는 데이터 센터 운영자 ChinData Group은 데이터 센터에 지출되는 1달러 당 네트워킹, 전력 그리드 및 첨단 장비 제조를 포함하여 관련 부문에 대한 투자가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회사 측은 성명에서 “공급망 회사 전체가 혜택을 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장기 전략이 지금 경기부양에 많은 것을 제공하는지, 그리고 그 돈이 어디서 나올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 상하이 중국 유럽 국제비즈니스스쿨(China Europe International Business School)의 주톈(周天, Zhu Tian) 교수는 “새로운 인프라만으로는 중국 경제를 지탱할 수 없다. 지금 당장 정부의 부채 수준과 부채 관리 능력에 대해 걱정한다면 당연히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꼭 해야 할 일이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차이나(Digital China)는 광저우 주택구상의 후속 프로젝트가 3000만 위안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또 33억 위안 규모의 프로젝트가 승인된 동북부 지린성의 지방정부들과도 이러한 노력을 재현하기를 바라고 있다. 여기에는 교통, 학교, 혼인신고서 등 민원사항을 포함한 데이터베이스를 처음으로 연결하는 이른바 도시 브레인 구축이 포함된다. 마리아 궈 회장은 “스마트시티 개념은 수년 전부터 선전돼 왔지만, 이제야 투자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의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는 중국이 독자기술, 기술민족주의를 들고 나오면서 글로벌 리더를 해보겠다는 야심에 찬 포부를 발표하고 있다. 그럴수록 미국은 동맹국, 파트너들과 중국에 압박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어, 이제 막 시작된 중국의 엄청난 규모의 첨단기술투자의 성과는 언제 어떤 모습을 보일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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