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케이프 하태균 기자]

1899년 엉클 샘 Uncle Sam, 미국을 의인화한 것으로  소유물인 흑인 아이들을 균형 잡히게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 위키피디아) “현대의 영국이 인종간의 불평등에 관한 한 미국만큼 나쁘지 않다는 생각은 오류일 뿐이다”

영국의 작가, 방송인, 전직 육군 장교 출신인 사무엘 에티엔(Samuel Etienne)은 중동의 위성 채널 알자지라의 ‘오피니언’에 23일(현지시각) 기고한 글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사무엘 에티엔은 글에서 “영국에서 우리는 경찰의 만행과 거기에 전시된 명백한 인종적 불평등에 대해 우쭐대며 미국을 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고, “그러나 영국에서는 흑인이 인구의 3%를 차지하지만, 사망자는 8%나 되며, 게다가 1990년 이후, 단지 한 명의 경찰관만이 누군가의 죽음에 대한 책임으로 유죄판결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다양성 이니셔티브(diversity initiatives, 다양성에 대한 조직의 전략적 대응), 실행 가능한 결과가 제한적인 정부 보고서, 그리고 이에 따른 박스 티킹(Box-ticking : 어떤 높은 목적을 달성하는 것보다 관료적 편의를 위해 형식적으로 행해지는 모든 활동)으로, 인종 차별은 영국 사회 전체에 계속 스며들고 있다. 영국의 소수민족들이 브렉시트(Brexit : 영국의 유럽연합 이탈) 국민투표 이후 차별과 학대의 정도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점점 더 노골적인 인종차별에 직면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의 인종차별주의는 체계적이다. 영국의 인종차별은 나라마다 일어난다. 피곤하다. 사람들은 그것을 언어와 ‘기타(Other)’라고 이름 붙여진 모든 사람을 다루는 데 사용되는 방법에서 알 수 있다. <흔히 문서 작성을 할 때 알 수 있는 것들은 일련번호를 매겨 작성하지만, 맨 마지막에 모르는 부분은 ‘기타’로 처리하는 습관이 있다. ‘기타’는 알고 있는 것 이외의 것들을 모두 포함한다. 인종차별 항목, 특히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은 ‘기타 항목’에 속한다는 글쓴이의 주장이다.>

“미국에서 벌어지는 항의 시위의 구호인 Black Lives Matter(BLM :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는 운동이 한창인 가운데, 최근 영국에서는 ‘WLM(White Lives Matter : 백인의 목숨도 소중하다)는 운동이 일면서 BLM운동을 비웃고 나서는 일도 생겨나고 있다. 

윈드러시 스캔들(Windrush scandal)과 브렉시트 투표에서 반이민이(anti-immigrant)라는 미사여구에서 명확했다. 교육시스템, 고용시장, 의료시스템 등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영국의 BAME(Black, Asian, Minority Ethnic : 흑인, 아시아인, 소수민족)들이 코로나19 비율이 더 높은 것은 분명하다.

<참고로 윈드러쉬 스캔들은 영국 내무부에 의해 잘못 구금되고, 법적 권리를 거부당하고, 추방 위협을 받은 사람들과 관련한 2018년의 영국 정치 스캔들이다. 불법이민자 퇴출정책을 펴다가 수십 년 전 합법적으로 정착한 이민자들이 엉뚱하게 피해를 보게 한 스캔들이다. 특히 윈드러시 세대는 영국이 2차 세계대전 이후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초청을 한 약 50만 명의 카리브해 출신 이민자들을 가리키는데, 당시 이들을 싣고 떠난 영국군 수송선인 선박 이름 ‘엠파이어 윈드러시(Empire Windrush)’에서 따온 것이다.>

그래서 영국은 대서양의 반대쪽을 경멸하며 바라볼 처지가 아니다. 속담에 있듯이, “영국은 인종차별을 발명했고, 미국인들은 인종차별을 완성했다(The British invented racism, the Americans perfected it.)”

* 레로이 

레로이(Leroy)는 소수 민족이 전체 장교의 2.5%에 불과한 영국 국군에 복무한 흑인으로서 영국의 인종차별을 여러 형태로 직접 경험한 인물이다. 인종차별의 가장 흔한 형태로는 유머 속에 가려져 있었다.

‘레로이’가 누구인지 그리고 그가 무엇을 하는지 영국 병사들에게 물어봐라. 그들의 반응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레로이는 실물보다는 과장된 신화적이고 거대한 아프리카계 카리브해인 귀신(Afro-Caribbean bogeyman)으로, “당신이 없는 동안 당신의 파트너와 잠자리를 함께하게 될 것”이다.

사무엘 에티엔은 샌드허스트에 위치한 왕립 육군사관학교에서 처음으로 레로이를 알게 됐다면서, 그곳에서는 대부분의 백인 동료들이 이 성욕과잉이며 일탈적인 흑인 남성상에 대한 농담을 보통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며, 그곳에서는 날마다 통용되는 비유였다.

아마도 레로이의 신화는 전후 아프리카계 카리브해 이주민들의 제1차 물결이 영국에 정착하여 영국의 파트너를 찾았을 때 일부 영국 남녀가 느꼈던 분노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또는 흑인과 백인이 섞이고 ‘혈액을 속이는 것’에 대한 더 나이든 백인 민족주의자들의 두려움을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 해리 왕자(Prince Harry)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을 때, 아프리카계 미국인 흑인 여성인 메건 마클(Meghan Markle)과 같은 두려움이 표면화되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영국 사회와 특히 영국 군대에서 겉으로는 백인우월주의(white supremacy)가 감춰져 있지만, 솔직히 상식적인 감각 측면에서는 흑인과 갈색의 사람들을 사회적 서열(social pecking order) 하단에 위치시키고 있다. 많은 영국 병사들에게 '레로이'라는 흑인으로 대체되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도 심한 모욕이다.

* 그저 그냥 농담이라니까...

군이 하는 일의 상당 부분은 작전상의 이유로 비밀리에 하는 것이다. 전쟁터를 넘어서는 이러한 은폐문화(culture of concealment)는 더 넓은 사회가 시대착오적이라고 여겨질 행동들을 군사적 거품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계속하도록 허용되고 있다. 

영국 사회는 얼마 전에는 검은 피부의 얼굴(blackface)은 용납할 수 없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보았다. 그러나 군대는 분명히 메모를 받지 못했다. 불과 몇 년 전, 한 동료가 검은 구두약과 붉은색의 흑인 인형모양의 립스틱(red golliwog lipstick)으로 피부를 가린 채 나(사무엘 에티엔)를 사칭한 것으로 추정되는 의상 파티에 참석했다. 행사에 참석한 상급 지휘관들은 나를 보면서 불꽃 튀는 반응을 기다리며 즐거워 보였다. 이 지휘관들은 도덕적 용기의 중요성을 설교했지만, 농담이라는 미명 아래 인종주의에 물든 부적절한 행동을 정상화했다.

나중에, 그 사진이 온라인에서 게시되자, 흑인얼굴에 열광적인 사람들은 즉시 사진을 제거해 달라고 애원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한 일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군대 밖 사람들의 판단에 노출되는 것을 두려워했다.

군사적인 맥락에서, 종종 상황을 가볍게 생각하고 ‘계속해 (농담해) 나가라’고 강요당한 사람에게 책임이 있다. 이것을 민간 법정에서 승소한 최근 영국의 군사 차별 사건에서 보는데, 원래는 내부 조사로 인해 묻혀 질 뻔했다. 개인들은 정의를 추구하기 위해 군대라는 거대 조직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군경에 의해 조사된 인종적으로 가중처벌이 가능한 범죄의 17% 이상이 군법무대에서 유죄 평결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국방부는 육해공군에 대한 헌병대 조사 건수가 이미 저조했음을 인정했다. 공식적인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그들 스스로 동료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군대에서 인종적으로 동기 부여된 범죄를 감히 보고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리고 상황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 

바로 지난 해, 영국 군대의 서비스 불만 옴부즈만은 영국 군 내에서 “인종차별 사건들이 증가하고 있으며, 우울한 빈도로 발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 영국판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

오늘날 영국인들은 미국의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 46)의 살인에 대한 시위와 미국의 폭 넓은 MLM(Black Lives Matter) 운동을 지켜보고 "우리 영국은 이 모든 것을 초월한다“고 말할 처지가 아니라고 사무엘 에티엔은 강조한다. 

혜택을 받고 그것을 정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인종차별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은밀한 인종차별주의를 때로는 공공연하게 일상적으로 겪어야 하는 흑갈색 시민들과 영국 거주자들의 경험을 부인할 수 없다.

인종차별을 없애기 위해 영국은 먼저 그것이 존재하고, 체계적이며, 매일 수백만 영국인들의 삶과 생계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영국 군대는 사회의 가장 좋은 요소들을 반영하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지만, 실제로는 최악의 요소들 중 일부도 품고 있다. ‘농담’이라는 미명 아래 인종차별이 군 막사, 학원, 사무실 내에서 성역화 되도록 허용하면서 도덕성, 정의, 충성심을 계속 설파할 수는 없다. 인종적으로 가중처벌이 가능한 범죄들이 처벌받지 않고 넘어가도록 계속 허용할 수는 없다.

오늘날에는 특히 인종차별주의자가 되지 않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미국과 영국 둘 다 체계적 인종차별(systemic racism)을 물리치려면, 적극적인 반인종차별주의자(anti-racist)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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