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케이프 하태균 기자]

주로 폭력, 테러, 억압에 의해 특징지어지는 반혁명의 통치를 촉발했던 바로 그 정권들이 오늘날 그들의 잔혹한 통치를 두 배로 늘리고 있다.(그래픽=뉴스케이프)2020년의 중동 지역은 2010년보다 훨씬 더 나쁜 상태에 있다.

만약 당신이 중동이 바닥을 치고 마침내 10년간의 격변과 갈등으로부터 온전하게 나타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라.

중동 지역의 경제, 정치, 사회 현실은 끝이 보이지 않는 끔찍한 것에서 끔찍한 것으로 변하고 있다. 그들은 예상치 못한 국제적 파장을 초래하면서 더 폭력적이고 혼란스러운 미래를 향해 걷잡을 수 없이 소용돌이칠 수 있다.

중동의 알자지라의 마르완 비샤라(Marwan Bishara) 수석 정치 분석가는 지난 3일(현지시간) 알자지라 ‘오피니언’란에서 이 같이 전망했다. 

현재 중동의 일부 지역에서는 전쟁에 의한 살인 사건이 비교적 잠잠해졌을지 모르지만, 전쟁의 상처는 치유되지 않고 있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Pandemic)과 그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으로 더욱 더 악화되고 있다. 중동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고통을 받고 있다.

2010년에도 중동 지역은 나락으로 향하고 있었지만 울리는 소리가 거의 없었다. 중동에서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10년을 초래했다면, 오늘날의 종말론적 위험은 훨씬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 뜨거운 겨울 예측하기 

2010년 11월 알자지라 내부 메모에 “이번 겨울은 더운 겨울이 될 것(This is going to be a hot winter)”이라고 적어 다가오는 시즌의 정치적 온도를 예측했었다.

“중동의 기온이 떨어지는 것은 더운 겨울철로 보이는 것을 식히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취약하거나 교착상태에 빠진 많은 국가들이 중대한 위기, 갈등, 그리고 어쩌면 끔찍한 폭력사태를 향해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기 때문에, 알자지라에 있는 우리가 최악의 전쟁을 포함한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해 성찰하고 준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마르완 비샤라는 말했다. 

분열 심화, 좌절감을 느끼는 국민들, 위태로운 주권, 불안정성, 그리고 대내 그리고 대외 갈등과 폭력의 위협 등 비슷한 특징을 공유한 국가들의 명단이 길다. 

중동 지역은 이전 세기에 걸쳐 극심한 고통을 겪었을지 모르지만, 최근 기억 속에 중동이 21세기의 첫 10년 동안은 그렇게 침울해 보였다. 지배 엘리트들은 너무 냉소적이고, 긴장이 너무 높으며, 빈곤이 너무나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

몇 달도 되지 않아, 대중 시위는 거의 모든 곳에서 일어났고, 짧은 ‘아랍의 봄(Arab Spring)’으로 이어졌고, 곧이어 이 지역을 무릎 꿇게 하는 격동의 계절이 이어졌다.

오늘도 그때처럼 거리 구석구석에는 분노와 절망이 감돌고 있다. 지난 10년 전과 마찬가지로 이번 10년이 바뀔 때 이 지역은 세계 경제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중동 국가들은 그들 정권의 무능과 억압, 부패뿐만 아니라 독재자들을 지지하고 불안정을 유발하는 어리석고 무모한 미국의 외교정책으로 고통 받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당시와 달리 내전, 대리전, 그리고 시리아, 리비아, 예멘, 이라크를 너덜너덜하게 만든 제국 전쟁(imperial wars) 등 1년~20년 동안의 갈등으로 이 지역이 피해를 보고 있다.

실제로 2010년의 우울함은 2020년의 우울함과 끓어오르는 분노에는 거의 미치지 못한다. 정치적 부패, 지정학적 마비, 경제 불황의 혼란은 전례 없는 잔혹성과 폭력의 길을 열었다.

* 나쁜 것에서 더 나쁜 것으로 

2010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 프로세스(peace process)’가 교착상태에 빠졌다면, 오늘날 그것은 아예 죽은 것이다. 이스라엘이 점령한 팔레스타인 영토의 3분의 1을 합병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군사 점령은 심화되었고, 긴장이 고조되었다.

이란 정권은 여전히 폭발적이었지만, 시리아와 예멘의 내전에 대한 군사적 간섭으로 인해 이웃 국가들과의 긴장이 고조되었을 뿐이며, 이 전쟁은 두 나라의 많은 부분을 파괴하여 수백만 명의 사망과 피해를 초래했다.

지난 4년 동안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이스라엘의 팽창주의 정책(expansionist policies)을 지지하고, 이란 핵 협정에서 탈퇴하고. 이란과 그 무역 상대국들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가하면서 걸프만과 근동의 긴장을 고조시켜 왔다.

특히 오는 11월 3일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양측 간 유착에 대한 격렬한 비난은 공개적인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 한 지역 강대국과의 또 다른 제국주의적 전쟁이 초래할 수도 있는 죽음과 파괴는 상상만 할 수 있을 뿐이다. 파괴적인 러시아의 개입과 지역 문제에 대한 유럽의 간섭도 마찬가지다.

북아프리카와 사헬 지역(Sahel region)은 외국군의 개입이 증가함에 따라, 리비아 내전이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가는 등 반란과 가뭄, 지역 분쟁으로 계속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심지어 튀니지, 레바논, 요르단처럼 한때 기괴하게 “품위의 섬(islands of decency)”이라 일컬어졌던 그 작은 나라들조차 불안정하고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또 다른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은 리비아에서 예멘에 이르는 치명적인 반동적 역할을 하면서 ‘경찰국가(police state)’이자 다소 적절하지 못한 불안요인으로 변모했다.

유일한 '아랍의 봄' 성공신화로 꼽혀온 튀니지는 정치적 변동성과 경제난에 빠져 있고, 레바논과 요르단은 사회적 격변과 텅 빈 금고로 시달리고 있다. 

유가 하락은 알제리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거쳐, 또 이라크와 걸프 만을 거쳐 알제리에서 이라크까지, 그리고 송금에 의존하는 이 지역의 빈곤한 나라들을 강타하고 피해를 주고 있다. 그 결과는 높은 실업률, 낮은 공공 서비스, 그리고 확고하게 보장된 불안정성이다.

그 의존 국가들 중 하나는 이집트다. 수십 년 동안, 가장 인구가 많은 아랍 국가는 무능한 권위주의 정권의 지배를 받아왔다. 그러나 오늘날 수만 명의 정적들과 보통 사람들을 감금한 잔혹하고 서투른 독재 정권에 의해 통치되고 있다.

압델 파타 엘시시(Abdel Fattah el-Sisi)가 지난 2013년 이집트 부흥을 기약하며, 군사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장악한 이후, 그의 서툴고 부패한 정권은 마비와 우울증만을 낳았다.

엘시시 장군이 칠레의 군사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Augusto Pinochet)를 닮고, 잔혹한 통치와는 별개로 어느 정도 안정을 얻을 것이라는 희망과 경제성장은 단순한 희망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제 그의 걸프만은 수십억 달러를 추가로 제공할 수 없거나, 기꺼이 제공하지 못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인도주의적, 경제적, 정치적 위기가 뒤따를 것 같다고 마르완 비샤라는 내다봤다. 

* 잔혹한 통치가 두 배로 

주로 폭력, 테러, 억압에 의해 특징지어지는 반혁명의 통치를 촉발했던 바로 그 정권들이 오늘날 그들의 잔혹한 통치를 두 배로 늘리고 있다.

도덕적으로, 재정적으로 그리고 정치적으로 파산한 그들의 권력은 완전한 무력과 외국의 지원에 의존한다. 피비린내 나는 바샤르 알 아사드(Bashar al-Assad)시리아 정권에 대한 이란-러시아의 지지, 엘시시 정권에 대한 사우디-UAE의 지지, 극단주의 이스라엘 정권에 대한 미국의 지지, 리비아의 군벌 칼리파 하프터(Khalifa Hafter), 예멘의 분리주의자에 대한 UAE의 지지만큼 분명한 곳은 없다.

중동 지역 전체에 걸쳐 상황은 너무나 오랫동안 끔찍했다. 지난 수십 년간의 피해를 되돌리기 위해 신의 개입이 필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억압적인 독재 정권의 기적적인 몰락과 그들의 국제적 지지자들의 후퇴는 앞으로 수십 년이 아니라 몇 년 안에 아랍 국가들을 부활시키기에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벼랑 끝에서 멀어질 수 있는 것은 지역 주민들뿐이다. 지난 20년 동안 그들은 가장 평화롭고, 가장 개화된 반란을 일으킬 수 있는 동시에 가장 어둡고, 가장 폭력적인 반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들이 견딜 수 없는 이 같은 현실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그들의 미래를 구축하는 데에는 아직 갈 길이 멀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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