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아귀 같은 권력다툼은 지역민들에게 수해보다 더 큰 고통

[뉴스케이프 김영만 기자] 섬진강 하류 방류 피해 시․군 단체장들이 “수재민의 아픔을 정쟁의 도구로 이용하지 말라”며 정치권에 일침을 가했다.

남원군과 임실군, 순창군, 곡성군, 구례군 등 섬진강 하류 방류피해 시․군 단체장(이하 단체장)들은 12일 성명서를 통해 수해민의 아픔을 당리당략에 이용하는 정치권을 성토하는데 한 목소리를 냈다.

단체장들은 “한국수자원공사 등 댐 관리 기관은 집중호우가 예보됐음에도 선제적 방류는커녕 담수만 고집하다 기록적인 폭우로 섬진강의 수위가 최고 높아진 8일 오전에서야 댐의 최대치인 초당 1870톤의 물을 긴급 방류했다”며 “이로 인해 섬진강댐 하류지역 주민들은 사상 최악의 물난리를 겪어야만 했다. 평생을 살아온 집터는 거센 물살에 찢겨 아수라장이 됐고, 물에 잠긴 논밭은 황폐해졌다”며 성토의 포문을 열었다.

현재 섬진강 하류 주민들은 댐관리 부실로 일어난 처참한 광경에 공포에 떨어야 했고, 분통이 터졌지만 책임 있는 답변을 들을 데도 없다. 비는 그쳤지만 아직도 주민들의 피눈물은 계속되고 있고 삶은 그저 막막하기만 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단체장들은 “이렇게 물 폭탄으로 망연자실해 있는 수해민의 아픈 상처에 소금을 뿌려대는 이들도 있다. 미래통합당과 무소속의 몇몇 정치인들이다. 이들은 이 기록적인 물난리가 섬진강이 4대강 사업에서 빠졌기 때문이란다. 기가 차고 할 말을 잃게 만든다. 범람한 강에 댐의 물을 최대치로 방류해서 벌어진 뻔 한 사실을 위로한답시고 그저 강 건너 물 구경하듯 뒷짐 진 채, 훈계 질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더불어 “과연 이들에게 손톱만큼의 인간성이 남아있는지 묻고 싶다. 더 이상 남의 아픔마저 기회로 삼는 파렴치한이 되지 않길 바란다. 우리 지역의 아픔을 정치적 도구, 분열의 도구로 이용하지 않길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섬진강 유역에 자리 잡은 지역들은 수백, 수천 년을 강이 주는 혜택과 더불어 준엄한 자연의 섭리 속에 살고 있다”며 “섬진강댐에 가둔 물은 물길의 정반대인 김제평야에 필요한 용수로 퍼줬고, 그 대가로 우리 지역을 흐르는 섬진강은 메말라갔다. 또한 폭우가 집중되는 하절기면 댐 방류량에 촉각을 기울이며 불안에 떨어야 했던 세월이 55년째다. 그럼에도 우리 주민들은 한없이 인내하고 희생했다. 그것이 지역을 넘어 우리 모두를 위한 일이라 믿었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단체장들은 “이 같은 상황에서 정치권의 아귀 같은 권력다툼은 지역민들에게 수해보다 더 큰 고통이 되고 있다. 그들의 탐욕스러운 정치적 셈법 속에는 지역민이 수십 년간 감내했던 아픔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섬진강댐 하류 방류피해 시군 지방자치단체는 이번 사태가 자연재해가 아닌 수위조절 실패에 따른 인재로 일어난 대형 참사”라며 “△한국수자원공사 등 댐관리 기관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 있는 답변과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할 것 △사상 초유의 물난리를 정쟁의 도구로 삼는 미래통합당 등 정치권은 지금 당장 정쟁을 멈출 것 그리고 상처 입은 섬진강 하류 지역 주민들에게 즉각 사과할 것 △체계적인 수계관리를 위해 섬진강유역환경청이 신설될 수 있도록 국회 차원에서 진지한 논의를 할 것 △댐 방류 등 수위조절은 지역민들의 생명과 재산에 직결되는 사항이므로 일방적인 통보가 아니라 지역민을 대표하는 기구와의 협의를 통해 결정될 수 있도록 할 것 △이번 폭우로 피해를 입은 섬진강댐 하류지역을 하루빨리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할 것”을 댐 관리 기관과 정치권에 촉구했다.

저작권자 © 뉴스케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