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케이프 하태균 기자]

교황은 선한 사마리아인(Good Samaritan)의 비유에 장 전체를 바쳐 자선, 친절, 낯선 사람을 돌보는 것이 “상처받은 세상을 재건하기 위해 우리가 내려야 할 기본적인 결정(the basic decision we need to make in order to rebuild our wounded world)”이라고 강조했다.(사진 :유튜브 캡처) 교황 프란치스코는 4일(현지시각)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세계적인 대유행(Pandemic, 팬데믹)이 시장의 힘에만 의존하거나 부유층이나 대기업의 우대를 통해 빈곤층까지 부를 침투시키려는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를 기대할 만한 정책으로는 사회적 혜택을 창출할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시지 성 프란치스코의 기념일인 이날(4일) 형제애와 사회적 우애를 주제로 한 회칙을 발표했다고 AP통신이 5일 보도했다. 

교황은 회칙에서 “세제 우대 등에 의해 대기업과 부유층을 지원하면, 투자나 고용 창출을 통해서 사회 전체에 혜택이 침투한다는 보수파의 주장에 대해, (코로나 발생 후에도) 시장의 자유가 모든 보장을 가져온다고 우리를 믿게 하려고 한 사람들이 있었다. 이른바 신자유주의(neoliberal)의 신앙이라는 교리는 낙수효과(落水效果)라는 마법의 이론을 사회문제의 유일한 해결수단으로서 그곳으로 도피하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교황은 이른바 ‘마법이론(magic theories)’으로 통하는 바로 그 ‘낙수효과’라는 것은 완전히 실패했다는 것을 신종 코로나19가 증명해 보여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황은 “세계는 대화와 연대를 촉진하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전쟁을 거부하는 새로운 형태의 정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전부터 “세계 경제의 부당성과 지구 파괴에 대해 ‘폐쇄된 세계 위의 먹구름’에 맞설 수 있는 더 큰 인간적 연대를 요구”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교황은 이어 이번 회칙에서 “전쟁을 합법적 방어의 수단으로 정당화하는 가톨릭교회 자신의 교리조차도 그것이 수세기에 걸쳐 너무 광범위하게 적용되어 더 이상 실행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늘날에는 '‘의로운 전쟁(just war)’의 가능성을 말하기 위해 수세기 전에 정교하게 기술된 합리적 기준을 도입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회칙에서 강조했다. 의로운 전쟁이라는 잘 꾸며진 가식의 전쟁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며, 이제는 그러한 논리가 먹혀들지 않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어 “또 좋은 경제정책은 일자리 창출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지, 일자리를 감축시키는 것은 아니다”는 견해를 보였다.

이어 교황은 “2007~2008년 금융위기는 변혁의 기회였지만 놓쳤다”며 “사회는 통화 제국의 파괴적 작용”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부의 재분배와 천연자원에의 접근 공평화”를 다시 한 번 요구했다. 

프란치스코는 교황은 자신의 세 번째인 이번 ‘회칙’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강타하고 인간 가족이 붕괴된다는 암울한 진단은 발병으로 인한 문제를 훨씬 뛰어넘는다”면서 “그러나 이번 대유행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해 가장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합법적인 요구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의 정치 및 경제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자신의 믿음을 확인시켜 주었다”고 말했다.

교황은 “여러 나라가 위기에 대처하는 방식이 달랐기 때문에, 함께 일하지 못한 그들의 무능함이 확연히 드러났다”며 “배울 수 있는 유일한 교훈은 우리가 이미 하고 있던 일을 개선하거나 기존의 제도와 규제를 정비해야 할 필요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누구나 현실을 부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치인들이 대중운동, 노조, 소외된 집단에 귀를 기울이고, 보다 정의로운 사회경제 정책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증거로, 수백만 개의 일자리가 심각한 손실을 입었다는 것이 이를 입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염병에 직면한 세계 시스템의 취약성은 모든 것이 시장의 자유에 의해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다”면서 “생산적 다양성과 기업 창의성을 선호하는 경제 육성을 지향하고, 일자리가 줄어들지 않고 창출될 수 있도록 하는 선제적 경제정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악마화와 고립을 추구하는 포퓰리즘(대중영입) 정치를 비난하고, 대화와 연대, 공익을 위해 노력하는 진정성 있는 노력을 촉진하는 ‘만남 문화(culture of encounter)’를 주문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개인의 재산에 대한 절대적 권리라는 개념을 거부하면서 대신 지구의 자원을 공유함으로써 생겨나야 하는 사회적 목적(social purpose)과 공동선(common good)을 강조했다. 교황은 지난 2015년 획기적인 환경 회칙인 “찬미를 받으소서(Laudato Siii)”에서 그가 가장 주장했던 ‘역행적인 세계 경제 시스템(perverse global economic system)’에 대한 비판을 반복했다.

교황은 자신의 교황직 첫 주요 사명 선언인 2013년 ‘복음의 기쁨(Evangelii Gaudium)’에서처럼 '낙수효과' 경제이론을 거부했다.

그러면서 그는 “신자유주의는 단지 사회적 문제에 대한 유일한 해결책으로 ‘넘침 혹은 과잉(spillover, 스필오버)’이나 '낙수(trickle)'라는 마법 이론에 의존함으로써 스스로를 재생산해낸다”고 했다. '스필오버' 주장이 사회구조를 위협하는 새로운 형태의 폭력을 낳는 불평등을 해소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티칸 신문인 로세르바토레 로마노(L'Osservatore Romano)에 회칙(回勅, encyclical)을 인쇄해 무료로 배포하는 등 본문이 널리 유통되도록 하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4일 코로나19 봉쇄(lockdown) 기간 동안의 공백에 따른 인쇄판 회칙을 성 베드로 광장에서 무료로 배포했다고 AP는 전했다. 

이번 프란치스코 교황의 3번째 새로운 회칙의 많은 부분이 이주민을 환영하고, 가치 있게 여길 필요성에 대한 교황의 잘 알려진 설교와 오늘날 많은 정치 지도자들의 민족주의적이고 고립주의적인 정책에 대한 그의 거부의 뜻을 되풀이하고 있다.

교황은 선한 사마리아인(Good Samaritan)의 비유에 장 전체를 바쳐 자선, 친절, 낯선 사람을 돌보는 것이 “상처받은 세상을 재건하기 위해 우리가 내려야 할 기본적인 결정(the basic decision we need to make in order to rebuild our wounded world)”이라고 강조했다.

안나 롤랜드(Anna Rowlands) 영국 더럼대학(University of Durham)의 가톨릭사회사상 교수는 “지금 이토록 고대의 주제가 긴박하게 거론되는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 모두가 모든 것에 대해 진정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견해에서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모든 경우에 불가역이라고 말한 핵 군비 경쟁과 사형제도에 대한 그의 이전의 주장을 이번 회칙에도 새겨 넣었다.

저작권자 © 뉴스케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