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영 산업부국장
▲전수영 부국장

[뉴스케이프 전수영 기자] 험한 말까지 오갔던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를 놓고 벌인 분쟁이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을 하루 앞두고 극적으로 타결됐다.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에 현금 1조원, 로열티 1조원 등 총 2조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일단락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했지만 어찌 됐든 파국을 바로 앞둔 상황에서 분쟁을 멈춘 것은 다행이다. 

한쪽은 돈을 너무 많이 준 것 같아 속이 쓰릴 수도 있고 다른 한쪽은 더 받지 못해 아쉬워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기업끼리 치고받고 싸우는 것은 ‘코리아’의 명예를 지키는 데에는 도움이 안 된다. 

더욱이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주춤하는 사이 중국 기업들의 약진은 광속이다.

지난 1~2월 전 세계 각국의 전기차 탑재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중국의 CATL이 1위를 차지했다. CATL은 전년 대비 무려 472.3% 성장하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27.8%까지 끌어올렸다. 이와 함께 BYD, CALB, CALB, Guoxuan 등 중국계 업체의 광폭 행보는 가히 두려울 정도다. 

물론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삼성SDI가 각각 2위, 3위, 5위를 차지했지만 전년 대비 성장률은 중국 업체들을 따라가지 못 했다. 이 같은 현상이 지속하면 한국 업체들이 현재의 순위를 유지할 것이란 보장을 하기 힘든 상황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배터리 제조기술 격차는 이미 많이 줄어든 상황이다. 그렇기에 중국산 제품도 당당히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에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중국 업체의 기술력을 얕잡아 볼 수 없다. 더욱이 중국 업체들이 납품한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량이 늘고 있다는 것을 안이하게 봐서는 안 된다. ‘중국 제품=저품질’이라는 고정관념이 깨진 지 오래다.

결국 세를 확대하고 있는 중국 업체들을 이기기 위해서는 한국 기업들의 연구개발(R&D)을 밑거름으로 한 고품질 제품과 마케팅이 수반돼야 한다. 물론 자신들이 확보한 기술을 경쟁사에 공개할 수는 없지만 공정한 건전한 경쟁을 통해 품질을 끌어올리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한국 기업들이 공존하고 있는 연못에 중국 업체란 '메기'가 들어온 것이다. 메기에 잡아 먹히지 않으려면 한국 기업들은 끊임없이 움직여야만 한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분쟁을 끝마쳤다. 분쟁 결과가 마뜩잖을 수도 있다. 그래도 대승적인 결단을 내린 만큼 이제는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업체가 차지하고 있는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됐다. 전 세계 곳곳을 달리는 전기차에 한국의 배터리가 탑재돼 시원하게 달리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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