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의 사용자성 인정···판정 앞두고 수차례 실태조사까지

▲2일 오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택배노조 관계자 등이 원청 cj대한통운 단체교섭 거부 행위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중앙노동위원회의 판결과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케이프 전수영 기자] 택배기사들과의 단체교섭을 거부한 CJ대한통운에 중앙노동위원회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하청업체인 대리점에 노무를 제공하는 특수고용직(특고)인 택배기사들에 대한 원청 택배사의 사용자 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향후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일 택배연대노조가 CJ대한통운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 사건에 대해 CJ대한통운의 단체교섭 거부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앞서 택배노조는 지난해 CJ대한통운에 단체교섭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하자 부당노동행위를 당했다며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제기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CJ대한통운이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단체교섭 요구 거부를 부당노동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정했지만 중노위는 이 판정을 뒤집었다.

CJ대한통운과 같은 택배사는 다수 대리점과의 위·수탁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택배를 운송한다. 개별 대리점은 택배기사와 별도의 계약을 맺어 운송 업무를 맡긴다.

이에 따라 CJ대한통운은 원청에 해당하는 택배사는 택배기사들과 직접적인 계약 관계가 없는 만큼 단체교섭 요구에 응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의 근무 조건을 좌우할 수 있는 실질적인 사용자라며 단체교섭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반박했다.

택배노조가 CJ대한통운에 단체교섭 의제로 제시한 것도 택배 상·하차 작업을 하는 서브 터미널의 택배 인수 시간 단축, 주 5일제 적용, 서브 터미널 내 주차 공간 보장 등 기본적인 근무 조건에 관한 사항들이었다.

중노위의 이번 판정은 CJ대한통운을 택배기사들의 실질적인 사용자로 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앞서 중노위는 판정을 앞두고 서브 터미널 운영 방식과 택배기사 근무 실태 등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였다. 계약 관계 등 형식 못지않게 현장의 사실관계를 규명하기 위함이었다.

또 중노위는 CJ대한통운, 대리점, 택배노조를 대상으로 사실관계와 법적 쟁점 등을 따지기 위해 수차례 심문회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날 판결에 대해 택배노조는 "이번 중앙노동위원회의 판결은 특수고용직노동자를 넘어 비정규직을 포함한 최초의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역사적 판결"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반면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논평을 내고 "이번 판정은 최근까지 법원과 중앙노동위원회가 원청의 사용자성을 부정해온 판례와 배치될 뿐 아니라 대리점과 택배기사 간 계약을 무력화하고 대리점의 독립성을 훼손한다"며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은 외부인력을 활용하는 기업 경영 방식을 제한해 하청업체 위축과 관련 산업생태계를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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