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효율성 향상 vs 일자리 감소 '의견 분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뉴스케이프 길나영 기자] 은행권이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를 시범 도입해 디지털 중심의 업무 고도화를 진행하고 나서며 업무효율성과 정확성을 높이고 있다. 

업계는 단순·반복적인 업무 절차를 자동화해 효율성을 향상 시킬 수 있다며 '디지털 업무혁신의 가속화'라고 평가했지만, 일각에서는 자동화 시스템 도입 확산으로 인력 구조조정 및 일자리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RPA’는 사람이 PC를 이용해 수행하는 업무를 SW 로봇이 대신 처리하도록 돕는 '업무 자동화 솔루션'이다.

17일 금융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영업점 31개 업무에 'RPA'를 활용한 업무 자동화를 구현했다.

이 가운데 11개 업무는 직원의 별도 RPA 요청 없이도 업무를 자체적으로 점검하고 처리해 수행 결과만을 직원에게 알려주는 등 직원의 반복 업무 처리를 자동화했다. 

부동산담보대출 실행 후 등기 관련 변경사항의 사후 확인, 전산 등록 업무가 전부 자동화된 게 대표적이다. 직원이 정해진 기한 내에 직접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은 후 변경사항을 확인하고 등본을 전산에 재등록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줄어들었다.

이밖에 직원이 RPA에 의뢰하는 업무는 ▲거래업체의 급여이체나 퇴직연금 등록 ▲고객 휴대폰으로 필요서류 목록 보내주는 업무 ▲대량의 입출금 거래내역조회 요청 등이다.

이번 자동화는 단순 반복 업무에만 적용되는 RPA 제약을 넘어 인공지능(AI) 기술도 결합해 구현됐다. 기계 학습(머신러닝) 기술이 적용된 '급여 이체 등록 RPA 업무'는 고객으로부터 제공받는 다양한 형태의 급여이체 서식을 자동으로 내부 시스템에 맞도록 편집해 등록할 수 있다. 직원은 내용 검증과 최종 이체 거래만 수행하는 형태다.

신한은행은 지난 2017년부터 RPA를 도입해 현재 업무에 RPA를 활용한다. 총 95대 RPA 로봇이 업무 자동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올해 ‘RPA 파이브(Five) 프로젝트’를 추진해 100개 이상 업무에 180대 RPA 로봇을 도입·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직원용 AI 챗봇과 연계한 신용평가 재무정보 입력 자동화 ▲AI OCR 활용한 대량(급여)이체 등록 자동화 ▲자금세탁방지 업무 중 의심거래보고 정보등록 자동화 등에 RPA를 적용해 업무 효율을 높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2019년부터 RPA를 도입했으며, 오는 8월까지 20여개 과제를 추가로 도입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연간 비용은 150억원, 업무 시간은 20만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RPA 주요 적용 사례는 ▲가계여신담보재평가 ▲여신채권서류 관리 ▲근저당권 말소처리 지원 등이다.

은행권이 RPA도입을 통한 디지털 전환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혁신을 추구하고 나서는데는 업무 효율성과 정확도를 높이고 인건비 절감 등으로 풀이된다.

방대한 데이터 확인 같은 단순 반복적인 업무를 자동해 업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주 52시간제 정착 등 노동 환경 개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RPA로 조직 전체의 업무 효율화를 촉진하고 질적 생산성을 높여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며 "향후 영업점 업무에 지속적으로 확대해 고객 상담 품질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자동화 시스템이 은행원 업무를 대신하면서 은행권 인력 감축 속도를 자극해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중장기적으로 RPA적용 수준과 범위가 확대될 경우 인력대체를 포함하는 조직 구조와 인력 수요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권에 도입된 AI 시스템은 주 52시간제 정착 등 업무 효율성 제고를 위한 도구로 불필요한 업무부담을 줄이는데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며 "일자리 감소 등의 부정적인 효과보다는 오히려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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