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터링 피해 초성이나 기호로 욕설…고소하려 해도 개인정보 없으면 끝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여성 게임 이용자 A씨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League of Legends) 게임을 하던 중 다른 이용자에게 성희롱을 당했다며 해당 이용자를 고소했다. A씨는 "여성 이용자라고 보여지면 어김 없이 성적모멸감을 주는 채팅이 온다"고 말했다. 그는 "대다수의 여성 이용자가 서포터 라인으로 간다"며 "여러 서포터 역할 중에서도 유틸(팀원을 지원해주는 기술) 챔프를 많이 사용하는데 유틸 서포터 라인에 서면 여성 이용자라고 판단해 성적모멸감을 주는 채팅이 온다"고 주장했다. 다른 여성 롤 이용자 B씨도 성적모멸감을 준 게임 이용자에게 고소할 것이라고 말하자 "아이디 삭제하면 그만"이라는 답을 들었다.

[뉴스케이프 김소라 기자]  온라인, 모바일 게임에서 욕설과 비속어로 인한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게임 운영진이 채팅창에 비속어 필터링을 설정해두고 있지만 이런 장치를 피해 초성이나 기호를 넣어 욕설을 하는 것으로 진화하고 있다.

18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리그 오브 레전드 등 온라인 게임에서 여성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성희롱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이 발표한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통매음) 통계를 살펴보면 성희롱 발언 발생 건수는 지난 2015년 1130건에서 2017년 1249건, 2019년 1437건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경우 점유율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 만큼 통매음 고소 관련 이슈도 많은 편이다. 고소하고 경찰 조사가 개시되기까지의 약 한 달여 사이에 계정을 삭제하면 고소가 불가능하다는 점이 악용되고 있다.

실제로 리그 오브 레전드 관련사이트 OP.GG 또는 포털사이트에도 '나 고소한다는데 아이디 삭제하면 고소 못 함?'이라는 질문이 많이 올라와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 개발사인 라이엇게임즈는 과거에는 회원탈퇴 시 '탈퇴 신청 후 30일의 유예기간을 거쳐 파기'하는 것과 '탈퇴 신청 시 즉시 파기'하는 2가지 옵션을 제시했다. 하지만 2019년 이후부터는 탈퇴 즉시 사용자의 모든 개인정보를 복구할 수 없는 방법으로 파기한다고 밝혔다. 결국 성희롱을 하고 탈퇴한 사람을 추적하기 불가능해진 것이다.

이에 대해 라이엇게임즈는 "실제로 사용자들이 해당 옵션을 거의 이용하지 않아 불필요한 기능이라 내부적으로 판단해 제거했다"라고 설명했다.

B씨는 "롤 이용자 대부분이 계정을 삭제하면 고소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만약 본인이 고소를 진행할 예정이라면 절대 고소한다고 말하지 말고 조용히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국내 대형 게임사인 넥슨과 넷마블은 소비자 불만과 분쟁 해결 목적으로 계정정보를 탈퇴일로부터 30일간, 엔씨소프트는 15일간 보관 후에 삭제하지만 카카오게임즈는 라이엇게임즈와 마찬가지로 탈퇴 즉시 삭제하고 있다.

한편 대검찰청이 지난 7월 30일 발간한 분기별(2021년 1분기) 범죄동향리포트에 따르면 통신매체이용음란죄 발생 건수는 올해 1분기 539건으로 전년 동기(390건)보다 38.2% 증가했다.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34.5% 늘어 성폭력범죄 중 유일하게 2년 연속 증가했다. 

통매음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서울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과 관계자는 "게임 내에서 발생하는 성희롱은 심각한 수준"이라며 "게임 회사가 개인정보를 즉시 파기할 경우 피해자는 모멸감을 받고도 합당한 대응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라이엇게임즈 '리그오브레전드'를 하는 이용자 a씨는 성희롱 발언을 듣고 신고한다고 하자 오히려 더 심한 욕설을 들었다고 말했다. 가해자는 15살 남자로 밝혀졌다. (사진=롤 이용자 A씨)
라이엇게임즈 '리그오브레전드'를 하는 이용자 a씨는 성희롱 발언을 듣고 신고한다고 하자 오히려 더 심한 욕설을 들었다고 말했다. 가해자는 15살 남자로 밝혀졌다. (사진=롤 이용자 A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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