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툼한 갑오징어볶음은 안면도 인기 비결 증명해줘

[뉴스케이프 전수영 기자] 낚시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계절이 돌아왔다. 바로 겨울이다. 겨울에는 수온이 낮아져 물고기들의 먹이활동이 뜸해진다. 미끼를 입 앞에 둬도 물지 않는다는 낚시인들의 말처럼 겨울은 그야말로 무(無)입질의 계절이다.

수심이 깊은 동해안이나 수온이 따뜻한 남해는 그나마 붕장어나 조피볼락(우럭) 입질을 기대해볼 만하지만 서해는 그것도 쉽지 않다. 그렇다고 바다를 곁에 두고 추위에 물러나면 그건 진정한 낚시인이 아니다.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 4~5일 이틀간 충남 태안군 안면도 끝자락인 영목항을 찾았다. 영목항은 낚시인들에게는 주꾸미와 갑오징어 배를 탈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주꾸미 철만 되면 영목항에는 해가 뜨기 전부터 배를 타려는 낚시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더욱이 2019년 충남 보령시 오천면 원산도와 안면도를 잇는 원산안면대교가 개통되면서 영목항은 원산도를 들어가는 이들의 마지막 쉼터가 됐다.

충남 태안군 안면도 끝자락 영목항 인근에 잡은 숙소 오른쪽 모습. 밀물로 바닷물이 숙소 코앞까지 찼다. (사진=전수영 기자)
충남 태안군 안면도 끝자락 영목항 인근에 잡은 숙소 오른쪽 모습. 밀물로 바닷물이 숙소 코앞까지 찼다. (사진=전수영 기자)
숙소에서 바라본 왼쪽 바다 모습. (사진=전수영 기자)
숙소에서 바라본 왼쪽 바다 모습. (사진=전수영 기자)

첫날인 4일 오후 늦게 숙소에 도착하니 만조가 거의 다 됐다. 숙소가 바다 바로 앞이라 그야말로 코앞까지 물이 찼다. 얼른 낚시를 하고 싶었지만 물 속 지형을 알 수 없어 쉽사리 낚싯대를 펴지 못했다. 처음 온 곳을 탐사하는 것이 낚시의 묘미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낚시를 하는 것은 시간 낭비라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던 터라 일단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숙소 앞은 움푹 들어온 지형으로 물이 잘 들어오긴 했지만 주변 1km 안에 낚시를 하는 사람이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발판도 좋은 곳임에도 낚시하는 이가 하나도 없다는 것은 둘 중 하나가 분명하다.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낚시를 해봐도 소득이 없는 곳이다.

이럴 땐 빨리 포기하는 편이 좋다. 곧바로 영목항으로 향했다. 숙소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영목항은 주말이지만 그리 붐비지 않았다.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한 여행객들이 전부였고 얼마 전까지 낚시인들을 태우고 주꾸미와 갑오징어를 잡던 배들은 정박해 있었다.

물살은 엄청 빨랐다. 그로 그럴 것이 물때가 사리를 앞둔 일곱물이라 빠르기도 하고 만조와 간조의 수면 높이 차이가 9m를 넘는 날이었으니 낚시를 하기 좋은 날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미 몇 분의 낚시인들은 낚싯대를 던져 놓고 입질을 기다리고 있었다.

조용히 다가가 "입질 좀 있나요?"라고 물으니 "이런 물살에 있겠어요? 전혀 없네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물때도 모르는 낚시 초보자구먼'이란 뜻을 담고 있듯 다소 퉁명스러웠지만 충분히 이해가 됐다. 아마 몇 마리라도 잡았다면 모를까 입질도 못 받았는데 그런 질문을 했으니 좋은 대답이 돌아올 리 만무했다.

그래도 낚시할 만한 곳을 발견했으니 몇 시간 후를 기대하며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로 돌아왔을 때 해가 뉘엿뉘였 지고 있었다. 서해안의 낙조. (사진=전수영 기자)
숙소로 돌아왔을 때 해가 뉘엿뉘였 지고 있었다. 서해안의 낙조. (사진=전수영 기자)
(사진=전수영 기자)
(사진=전수영 기자)

주꾸미와 갑오징어가 잘 잡히는 안면도여서 애초에 저녁은 갑오징어 요리를 먹으려 계획했다. 다행히도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갑오징어볶음을 하는 식당이 있었다.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곳인지 내부가 깨끗했다. 당연히 갑오징어볶음을 주문했는데 갑자기 예약했던 손님 10명가량이 들이닥쳤다. 갑자기 식당 안이 바빠지더니 우리의 주문은 잊혀가고 있었다. 40분이 넘도록 음식은 나올 기미조차 안 보였다.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났지만 누구도 음식이 늦어진다 사과의 말이 없었다. 결국 주문을 취소하고 나와 주린 배를 움켜쥐고 차를 타고 인근의 식당으로 가 바지락칼국수로 저녁을 먹었다.

주문한 갑오징어볶음이 40분이 넘도록 나오지 않아 급하게 다른 식당으로 가 주문한 바지락칼국수. 서해안 바지락칼국수는 별도의 설명이 필요없다. 그냥 맛있다. 채소가 많이 들어가 국물이 더욱 시원했다. (사진=전수영 기자)
주문한 갑오징어볶음이 40분이 넘도록 나오지 않아 급하게 다른 식당으로 가 주문한 바지락칼국수. 서해안 바지락칼국수는 별도의 설명이 필요없다. 그냥 맛있다. 채소가 많이 들어가 국물이 더욱 시원했다. (사진=전수영 기자)

어찌 됐든 밥을 먹었으니 오후에 봐둔 영목항을 향해 출발했다. 물살이 빠른 날인 데다 하필 썰물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돼 낚시하기에는 최악의 경우지만 그래도 이런 것을 모두 탓하면 낚시할 날이 얼마나 되겠는가.

10여 분을 달려 오후에 봐둔 곳에 와보니 그 자리에 벌써 다른 분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다행히도 빈 자리가 넓어 슬그머니 한쪽에 채비를 펼치며 "입질 좀 받으셨어요?"라고 물으니 "없네요"라는 대답이 바로 돌아왔다.

얼른 채비를 마치고 냅다 낚싯대를 휘둘렀다. 하늘에 녹색 캐미(캐모라이트)가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모습이 원산안면대교의 불빛과 어우러지며 참으로 아름다웠다. 이런 즐거움이 낚시를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영목항에서 바라본 원산안면대교의 야경. 이 다리가 개통되지 않았다면 원산도 주민들은 안면도나 보령시로 나오기 위해 배를 타야만 했다. 최근 보령에서 원산도까지 해저터널이 개통되면서 원산도 주민뿐만 아니라 전국의 낚시인들이 원산도와 안면도로의 출조가 더욱 편리해졌다. (사진=전수영 기자)
영목항에서 바라본 원산안면대교의 야경. 이 다리가 개통되지 않았다면 원산도 주민들은 안면도나 보령시로 나오기 위해 배를 타야만 했다. 최근 보령에서 원산도까지 해저터널이 개통되면서 원산도 주민뿐만 아니라 전국의 낚시인들이 원산도와 안면도로의 출조가 더욱 편리해졌다. (사진=전수영 기자)

밀물일 때 빠르게 들이닥쳤던 물살이 썰물이 되니 숨이 죽었다. 아니 거의 흐름이 없었다. 보통 썰물이 되고 한두 시간 정도까지는 물살이 빠른 게 보통인데 오히려 조금(열네물) 또는 무시(열다섯물) 정도로 느껴질 만큼 느렸다. 이렇게 물살이 없으면 입질을 받기에 그리 좋은 여건이 못 된다.

한참을 기다린 후 채비를 걷는데 뭔가에 걸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릴을 아무리 돌려도 채비가 어느 정도는 따라오다가 안 나오는 것이 돌이 아닌 그물이나 로프 같았다. 결국 바늘을 포기하고 줄을 세게 당겼다. 바늘이 떨어져 나간 목줄만 올라왔다. 이런 불상사를 막으려면 릴을 어깨가 빠질 듯이 빨리 감아야 한다.

이번에는 미끼를 꿰지 않고 바늘만 달고 여기저기로 던져봤다. 그랬더니 곳곳에 바늘이 걸렸다. 정박하는 배에서 버려졌거나 먼바다에서 떠내려온 어구 또는 쓰레기인 것 같았다. 실제로 우리나라 해안 육지 인근 바닷속에는 이렇게 버려진 어구와 쓰레기가 어마어마하게 많다. 이것들을 꺼내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인근 바다에서는 물고기가 사라질 날이 생각보다 빨라질 것이다. 자신이 가져온 쓰레기는 꼭 가지고 가야 하는 이유다.

결국 100여m 옆에 있는 여객선 선착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다행히도 이곳에서는 바늘이 바닥에 걸리지 않았다. 물론 입질도 없었다. 딱 한 번 초릿대가 휘청하는 입질을 받았는데 하필 그때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던 터라 챔질이 늦었다. 역시 낚시할 때는 한눈을 팔지 말아야 한다는 명언을 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절실히 실감했다. 간조가 끝나고 슬슬 물이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다음 날 아침 낚시를 위해 과감히 채비를 접었다.

몇 시간 눈을 붙이니 알람이 울렸다. 오전 6시인데도 주변은 어두웠다. 어제보다 온도가 높긴 했지만 몸을 움직이긴 싫었다. 이른 아침 낚시는 늘 자고 싶다는 욕망과 입질을 보고 싶다는 희망이 사투를 벌인다. 10분을 뒤척이다 몸을 일으켰다.

아침 낚시는 올여름 서해안에서 가장 인기가 높았던 원산도로 정했다. 다만 정확한 포인트도 모르고 숙소도 나와야 해 가장 가까운 원산도해수욕장으로 목적지를 정했다. 15분 정도 차를 달려 도착한 원산도해수욕장은 탄성을 자아낼 정도로 백사장이 넓고 길었다.

원산도해수욕장에서 바라보는 일출 (사진=전수영 기자)
원산도해수욕장에서 바라보는 일출 (사진=전수영 기자)
(사진=전수영 기자)
(사진=전수영 기자)

물이 빠지고 있는 시간이라 인근에서 숙박했던 이들이 나와 돌 사이를 다니며 뭔가를 줍고 있었다. 아마도 돌에 붙어있는 작은 소라 등을 따는 것 같았다.

이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백사장 끝에 자리를 잡았다. 물이 빠지는 시간이라 기대감이 높지는 않았지만 날이 맑아 푸른 바닷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상기됐다.

일찍 일어나신 분들은 동이 트기 전부터 바닷가에 나와 물이 빠지면서 드러나는 바위와 모래 속에서 뭔가를 열심히 줍고 있었다. (사진=전수영 기자)
일찍 일어나신 분들은 동이 트기 전부터 바닷가에 나와 물이 빠지면서 드러나는 바위와 모래 속에서 뭔가를 열심히 줍고 있었다. (사진=전수영 기자)

오랜만에 낚싯대 두 대를 펴고 멀리 캐스팅하고 30여 분쯤 지나 채비를 회수했는데 바늘이 깨끗했다. 뭔가가 미끼를 먹은 게 틀림없다. 그런데 입질을 보지 못했으니 당최 범인이 가늠이 안 됐다.

이럴 때 계속 던져보는 게 최고. 이후 여러 번 미끼를 달아 던졌다가 채비를 회수해보면 미끼는 사라진 채 빈 바늘만 돌아왔다. 승부욕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꼭 미끼 도둑을 잡고 싶었다.

오랜만에 낚싯대 두 대를 폈다. (사진=전수영 기자)
오랜만에 낚싯대 두 대를 폈다. (사진=전수영 기자)

이른 아침 원산도해수욕장의 파도 소리(영상=전수영 기자)

사실 이맘때 서해안에서 나올 만한 어종 가운데 아침부터 먹이활동을 하는 녀석은 거의 두 종류다. 문치가자미(일명 도다리)와 망둥이뿐이다. 그런데 문치가자미는 12월부터 2월까지 금어기로 잡아도 놔줘야 한다. 그렇지만 놔주는 한이 있더라도 오랜만에 문치가자미 손맛을 보고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문치가자미는 모래 지형에서 사는데 서해에 모래 지형은 흔치 않다. 그러니 더욱 문치가자미 얼굴을 보고 싶었다.

돌아온 빈 바늘만 보기를 이십여 차례. 이제 미끼인 갯지렁이도 몇 마리 남지 않았다. 미끼를 다 쓰기 전에 뭐라도 한 마리 나왔으면 하는 조바심이 났다. 그 새 물은 많이 빠져 처음 캐스팅한 곳에서 40여m는 족히 바다 쪽으로 나왔다.

굵직한 녀석을 두 마리를 골라 물고기들이 먹기 좋게 바늘에 뀄다. 그리고는 100m가량 멀리 던졌다. 캐스팅 후 5분쯤 지났을 무렵 왼쪽 낚싯대의 초릿대가 조금씩 끄덕인다. 분명 입질이다. 게다가 망둥이 입질도 아니다.

문치가자미는 광어(넙치)와 비교해 입이 작다. 그래서 크지 않은 녀석은 갯지렁이를 덥석 물지 못하고 끝을 물고 늘어진다. 그렇다 보니 예신 때 초릿대가 크게 휘지 않는다. 미세하게 움직이는 경우도 많은데 이때 챔질 순간을 잘 판단해야 한다.

그 순간 조금 전보다 초릿대가 많이 휜다. 챌까 말까 고민하다가 본능적으로 챔질을 했다. 릴을 몇 바퀴 감는데 뭔가가 걸린 게 틀림없다. 묵직했다. 파도를 이겨내며 릴을 열심히 감으니 물 위로 뭔가 보였다. 물고기가 확실하다는 판단이 서자 기쁨이 밀려왔다.

하지만 그 기쁨은 5초를 넘지 못했다. 바다 밖으로 나온 녀석은 기대했던 문치가자미가 아닌 복어였다. 그것도 아주 작은 크기의 복어였다. 잔뜩 화가 났는지 배는 한껏 부풀어 올라 있었다. 정말 허탈했다. 그래도 오랜만에 손맛을 보게 해준 녀석이 고마워 얼른 바늘에서 빼 바다로 돌려보냈다. 이후 몇 번의 캐스팅으로 복어 두 마리를 더 잡았다.

문치가자미(일명 도다리)인 줄 알고 좋아했지만 잡은 것은 새끼 복어였다. 그래도 12월에 손맛을 보게 해준 녀석에게 감사해 하며 얼른 바다로 돌려보냈다. (사진=전수영 기자)
문치가자미(일명 도다리)인 줄 알고 좋아했지만 잡은 것은 새끼 복어였다. 그래도 12월에 손맛을 보게 해준 녀석에게 감사해 하며 얼른 바다로 돌려보냈다. (사진=전수영 기자)

원산도해수욕장은 양쪽 끝에 갯바위가 잘 발달해 있어 원투낚시가 아닌 찌낚시도 할 만해 보였다. 다음에는 찌낚시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주변을 깨끗이 정리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원산도해수욕장 전경 (영상=전수영 기자)

어느덧 숙소를 비워줘야 할 시간이 돼 간단히 청소하고는 아침 겸 점심을 먹기 위해 미리 알아본 식당을 향했다. 만약 전날 저녁에 갑오징어볶음을 먹었더라면 굳이 이 식당에 들를 필요가 없었겠지만 주문한 음식이 너무 늦게 나와 식당 문을 박차고 나온 관계로 이날 점심을 이곳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우리가 찾아간 곳은 안연읍에 있는 명가식당이었다. 이 가게는 메뉴가 딱 한 가지다. 갑오징어볶음이 전부다. 자리에 앉은 사람 수만큼 주문하면서 볶음밥을 몇 인분 먹을 것인지만 말하면 된다. 사장님께서는 제철에 잡은 갑오징어를 급속냉동해 볶음을 만들었기 때문에 갓 잡은 갑오징어와 비교해도 맛 차이는 크게 없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충남 태안군 안면읍의 명가식당. 이곳은 오로지 갑오징어볶음만 판다. 제철에 잡아 급속냉동해서 그런지 생물일 때와 맛이 별반 다르지 않다. (사진=전수영 기자)
충남 태안군 안면읍의 명가식당. 이곳은 오로지 갑오징어볶음만 판다. 제철에 잡아 급속냉동해서 그런지 생물일 때와 맛이 별반 다르지 않다. (사진=전수영 기자)

단 이곳은 1인분은 판매하지 않으니 혼자 가더라도 2인분은 주문해야 한다. 우린 셋이니 3인분을 주문했다.

10여 분이 지날 때쯤 냄비에 가득 담긴 갑오징어볶음이 가스버너 위에 놓였다. 이미 주방에서 조리했기 때문에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몇 분만 기다리면 된다. 다만 당면은 타기 전에 빨리 먹어야 한다고 사장님께서 신신당부하신다.

갑오징어볶음 3인분. 반찬이 그리 화려하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갑오징어볶음 하나만 있어도 그만이기 때문이다. 이곳은 공깃밥을 별도로 주문해야 하며 나중에 먹을 볶음밥도 별도로 값을 지불해야 한다. 그래도 두툼한 갑오징어의 맛을 즐길 수 있어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사진=전수영 기자)
갑오징어볶음 3인분. 반찬이 그리 화려하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갑오징어볶음 하나만 있어도 그만이기 때문이다. 이곳은 공깃밥을 별도로 주문해야 하며 나중에 먹을 볶음밥도 별도로 값을 지불해야 한다. 그래도 두툼한 갑오징어의 맛을 즐길 수 있어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사진=전수영 기자)

본격적인 식사 시작이다. 갑오징어를 집게로 들어 두툼하게 썬 다음 양념에 잘 묻히면 끝이다. 불은 조금 줄여야 한다. 몇 년간 갑오징어 맛을 못 봐서 그런지 그야말로 꿀맛이다. 보기에는 벌건 것이 무척이나 매울 것 같지만 아이들도 먹을 정도의 맵기다. 매운 걸 좋아한다면 주문 시 맵기를 말하면 충분히 매운 갑오징어볶음을 먹을 수 있다.

두툼한 갑오징어와 적당히 두꺼운 돼지고기의 조합이 찰떡궁합니다. (사진=전수영 기자)
두툼한 갑오징어와 적당히 두꺼운 돼지고기의 조합이 찰떡궁합니다. (사진=전수영 기자)
이미 주방에서 조리가 돼 나온 거라 통째로 나온 갑오징어를 얼른 잘라야 한다. 안 그러면 밑에 깔린 당면이 타 맛을 떨어트릴 수가 있다. (전수영 기자)
이미 주방에서 조리가 돼 나온 거라 통째로 나온 갑오징어를 얼른 잘라야 한다. 안 그러면 밑에 깔린 당면이 타 맛을 떨어트릴 수가 있다. (전수영 기자)

두툼한 갑오징어의 몸통은 씹는 맛이 제격이고 짧은 다리는 몸통과 달리 쫄깃한 맛이 아주 좋았다. 여기에 적당한 크기로 썰어 넣은 돼지고기도 갑오징어와 잘 어울린다. 상추에 갑오징어 몸통 한 점, 돼지고기 한 점,  여기에 김치와 쌈장을 찍은 마늘을 얹어 한입에 넣고 씹으면 그야말로 식도락 중 최고의 경지다.

갑오징어볶음을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상추 위에 갑오징어 한 점, 돼지고기 한 점, 김치 한 조각과 쌈장에 찍은 생마늘을 얹어 한입에 입에 밀어넣고 씹는 거다. (사진=전수영 기자)
갑오징어볶음을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상추 위에 갑오징어 한 점, 돼지고기 한 점, 김치 한 조각과 쌈장에 찍은 생마늘을 얹어 한입에 입에 밀어넣고 씹는 거다. (사진=전수영 기자)

제철이 조금 지나긴 했어도 갑오징어볶음은 왜 낚시인들이 이 녀석을 잡기 위해 배를 타는지 알려주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일명 무늬오징어라 불리는 흰오징어와 함께 오징어과의 양대산맥인 갑오징어볶음을 먹고 나니 한 해가 다 가는 것이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도 내년 봄 낚시를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안고 안면도 출조는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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